무한도전에서 아이돌 오디션 특집이 방영되었습니다. 평균연령 35.7세의 그들이 10대의 우상이라는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해,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직접 오디션을 보게 되는데요. PD는 오디션을 본다는 계획을 미리 알려주지 않아, 무한도전 멤버들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준비가 안 된 가운데 각자가 순서대로 오디션을 보면서, 자신의 개인기, 노래, 춤 등을 보여주는데요. 솔직히 그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결국은 아이돌 오디션이라기보다는 개그돌 오디션 분위기가 나더군요.

길의 바지 뜯어지는 사고, 폭소

길은 그동안 별다른 활약을 못 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이번에 아이돌 오디션 특집에서 의도치 않게 바지가 뜯어지는 사고로 간만에 한건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길은 정형돈과 2인조 댄스그룹을 꿈꾸며 오디션을 도전하게 되었는데요. 사실 이미 길과 정형돈은 뚱스로 노래도 발표하고 가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무한도전 멤버들도 그렇지만 특히 길은 리쌍의 멤버로서 힙합으로는 국내에서 유명한 실력자인데, 그렇게 오디션을 본다고 강타와 동해 앞에서 춤과 노래를 보여주고 평가받는 것이 참 보기가 안 좋긴 하더군요.

암튼 길과 정형돈은 처음에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바닥을 쓸며 심사위원에게 다가가 드링크제를 따서 주는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바닥을 쓸고 심사위원 앞에서 일어나는 순간, 길의 바지가 뜯어져버렸는데요. 마침 무한도전 멤버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와 구경하던 f(x)와 심사위원 모두 깜짝 놀라 당황하게 됩니다.

정말 그런 예기치 않은 사고에 폭소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급한 대로 옷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다시 나와 오디션을 보려하지만, 금방 옷이 다시 흘러내리고 맙니다. 결국 보다 못한 하하가 테이프를 들고 나와 수선을 해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길은 넘어지며 찢어진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서, 방송에서는 심의상 모자이크가 되어 나왔지만 실제로 거기 있던 심사위원과 f(x)는 다시 한 번 경악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길과 정형돈은 다시 오디션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듀스의 '나를 돌아봐' 춤을 보여주고,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사실 실력을 떠나서 길과 정형돈은 SM 보다는 YG의 스타일에 더 적합한 것 같은데요. 결국 심사위원 강타는 "우리가 원하는 색깔이 아니다. 본인들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며 혹평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그렇게 혹평을 받고 하나만 더 보여주겠다고 떼를 쓰다가 결국 끌려 내려오면서, 정형돈은 울컥해서 JYP로 가자며 막말을 하고 맙니다. 그리고 다음 차례 노홍철이 앞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삿대질을 하다가, 유재석에게 끌려 자리에 앉게 되는데요. 강타와 심사위원들도 황당한지 웃더군요.

이것이 일부러 오디션에서 떨어진 참가자가 진상을 부리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비매너적인 행동이었는데요. 참가 전후의 태도가 싹 바뀌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여기 아니면 다른 곳에 가면 된다는 자만심 가득한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배꼽잡은 노홍철의 디슷코, 파슷하

이번 오디션을 본 멤버 중에서 가장 웃겼던 것은 마지막 노홍철의 디슷코였던 것 같은데요. 'ㅅ' 발음이 잘 되지 않고, 박자와 몸이 따로 노는 신체 오작동 디스코 댄스를 보면서 정말 완전 배꼽 잡았습니다.

그런데 노홍철은 처음 소개 멘트부터 대단한 센스를 발휘했는데요. 앞서 길과 정형돈이 심사위원들로부터 SM의 색깔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을 당하자, 이어 바로 나온 노홍철은 자신의 소개 멘트에서 자신은 "여러분들이 원하던 바로 그 색깔"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앞선 상황을 절묘하게 이용하며 심사위원들의 맘에 들려는 아부성 멘트였는데요. 직장생활을 할 때 노홍철 같은 직원이 있으면, 상사에게는 이쁨을 받겠지만 동료들은 참 얄미워서 싫어할 것 같습니다.

암튼 노홍철은 심사위원으로부터 'ㅅ' 발음을 할 때 'th' 발음을 한다며 지적을 당하는데요. 노홍철은 뻔뻔하게 재밌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하지만, 다시 시켜 봐도 여전히 'th' 발음으로 하게 됩니다. 그렇게 "밀쑤 있씁니다.". "디수코, 디슷코", "파쓰타, 파슷하"까지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는데요.

디스코 댄스 역시 박자, 팔, 다리 삼박자가 전혀 맞지 않는 신체 오작동으로 허우적대는 모습에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 노홍철이 보고 연습한 안무 영상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배운 것을 재해석하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었는데요. 자막으로 보여진 대로 디스코의 새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디스코의 동작들이 저런 느낌이 날 수 있구나 싶은 것이 신기하더라구요.

무한도전이 아이돌 오디션을 본 이유는?

솔직히 그들이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상상하기 힘든데요. 더군다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경쟁이 심하기로 소문난 대형 기획사의 오디션을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제작진이 의도하는 방향은 애초부터 오디션에서는 낙방을 예상하고, 이후 직접 데모 테이프를 제작해서 자신들을 후원하거나 키워줄 제작자를 찾아 아이돌로 데뷔하는 스토리를 생각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번 무한도전 아이돌 오디션 특집에서, 무한도전 제작진은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유형을 보여주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준하를 통해서 아무리 진지하더라도 기본적인 춤, 노래 실력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박명수를 통해서 본인 키로 불러야지 괜히 잘 보이려고 무리하게 키를 높여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을,
유재석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정형돈과 길을 통해서 오디션을 보는 기획사의 색깔에 맞는 지원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노홍철을 통해서 기본적인 발음 교정은 필수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하하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도 실제 데뷔는 언제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오디션에 붙더라도 꼭 가수가 된다는 보장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암튼 그들의 아이돌 데뷔가 이루어지려면, 데모를 제작해서 돌리고 그들을 키워줄 제작자를 찾아야 합니다. 과연 그들의 아이돌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상당히 궁금해지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꼭 성공해서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고, 쇼 음악중심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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