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파업이 공식종료됐다. 그것은 현장을 비웠던 예능PD들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1박2일은 허섭한 제작으로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파업상황을 불법이라고 자막을 내보낼 정도로 무리수를 마다않던 사측은 독립PD들을 동원해 프로그램 제작을 시도했다. 속사정이야 어떻건 외양만 갖추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태도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다. 그것은 KBS 아니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을 휘청거리게 했다.

명품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누군가 그랬다. 그것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면 유무형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원리이다. 1박2일을 오늘날 최고로 만든 것이 누구냐는 것에 대해서는 1박2일 토론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1박2일은 평소와 같은 출연자들이 티비에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의 양대산맥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PD가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출연진에게 미션을 주는 상황의 리얼함을 추구하다보니 생긴 현상이겠지만 그 자체로도 파격적인 변화다. 과거라면 티비에는 곱게 분칠한 출연자만 나와야 할 뿐 기타의 인물이 비쳐지면 방송사고가 된다. 그렇게 리얼이라는 필요에 의해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PD가 때때로 출연진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요소로 발전되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1박2일의 메인 나영석PD가 일손을 놓았다. 그러나 사측은 CP를 비롯해 독립PD들을 동원해 촬영을 강행했다. 예전에 1박2일을 직접 진두지휘했다지만 이명한CP가 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비록 요즘의 나영석PD와 마찬가지로 출연진에게 미션도 주고, 퀴즈도 내고 겉모양은 같았지만 강호동과 나PD 사이의 미묘한 줄다리기는 실패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의성에 도착해서 들어간 중국집에서 짬뽕 먹기 복불복에서 강호동의 협상 혹은 꾐에 넘어가 짬뽕 한 그릇을 먹고 난 뒤 이명한CP는 모르겠다는 투로 맘대로 하라고 했다. 아마도 나PD는 그 협상에 넘어가지도 않았겠지만 설혹 넘어갔어도 그렇게 케세라세라 식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인으로서의 친근감은 이명한CP에게 더 있다고 느껴지지만 강호동과 사고뭉치들을 다루는 솜씨에서는 한참 무른 태도였다.

대락의 스케줄만 정해놓고 그에 따른 복불복과 미션 외에는 PD와 출연진 간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이 1박2일의 재미라는 것을 이명한CP가 알고는 있지만 한참 물오른 나영석PD만큼 잘해낼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굳이 CP를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다. 갑자기 아무 PD나 들어와서 잘해낼 수 있다면 PD의 전문성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쉽다면 강호동, 유재석이면 무조건 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몇 주의 1박2일은 1박2일이 아니었다. KBS 새노조가 파업을 중단했다. 이번 주 방영될 1박2일 편집부터 맡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온전한 1박2일은 아니다. 촬영도 편집도 원래 하던 손들로 제대로 작업했을 때 비로소 진짜 1박2일이 될 것이다. 국민MC 강호동이라 할지라도 방송이라는 결과물은 PD의 손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점에서 최근 파업 중 돌출될 강호동의 모습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흡연장면 등의 부분적인 실수보다도 완성도 없는 전체적인 부실함이 문제인 것이다.

기르던 개도 주인이 바뀌면 밥을 잘 먹지 않는데 동고동락하던 PD가 파업 중인 민감한 상황에서 카메라 앞이라 내색은 못하지만 어색할 수밖에 없는 출연진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개그맨들이 정치.사회 이슈에 자기 의견을 내놓지 않는다고 해도 본래의 제작진이 파업 중인데 자기들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강호동도 사람인데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남자의 자격은 평소와 다름없는 인기를 누렸는데, 배다해 등 오디션 참가자들의 화제에 가려졌지만 실제로 3주간 남격 멤버들의 활약은 별로 없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 최소한의 활동은 오디션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낳은 결과지만 보통의 상황이라면 이경규가 그렇다고 참을 리는 없다. 환경에 순응하는 척하면서 파업 중인 제작진에게 의리를 지키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KBS 예능국 최초의 파업이었다. KBS가 공정한 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파업에 동참한 그들이 틀리지 않은 것이었다면 지난 몇 주의 1박2일은 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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