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검찰이 황창규 KT회장에게 청구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KT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 대한 보강조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성격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닌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황창규 KT회장.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경찰이 신청한 황창규 KT회장과 임원 3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상품권 깡'을 통해 조성한 현금 4억4190만 원을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황 회장과 CR부문 전·현직 임원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KT는 후원금을 입금한 후 국회의원 보좌진 등에게 자신들의 입금 사실을 알렸고, 이 사실을 통보받은 일부 의원실에서는 "고맙다"고 하거나 후원금 대신 자신들이 지정하는 단체에 기부를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자금을 수수한 국회의원, 보좌진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를 경찰에 주문했다. 검찰은 "정치자금 공여자 측 공모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고, 돈을 준 공여자와 돈을 받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수수 범죄의 본질 상,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소명을 위해서는 수수자 측 조사가 상당 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현재까지 금품 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그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부분 등 필요한 부분들을 더 수사해 보강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정치권에 대한 철저한 보강조사를 지휘한 것은 적절한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품수수의 성격을 따져 뇌물죄가 될지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지 따져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8일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경찰의 수사가 철저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불법자금을 제공받은 국회의원 99명에 대한 수사가 불철저하다"며 "경찰이 밝힌 불법 정치자금 제공 동기 상당수가 불법, 비리,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들이다. 그럼에도 당시 관련 국회의원 누구도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그 결과 불법 정치자금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경찰은 처음부터 불법 정치자금의 대가성에 대한 수사는 고의적으로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뇌물죄가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전형적인 '축소 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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