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9일 한미 군사당국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 12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의 후속조치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절차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경우 훈련을 재개한다는 단서도 있다. 자유한국당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조치로 이해한다"고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달랐다.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20일자 조선일보는 <김정은·시진핑 세 번째 만난 날 韓·美가 한 일>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한·미 국방부는 19일 '8월에 실시하려던 방어적 성격의 UFG 군사연습의 모든 계획 활동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며 "이렇게 해서 북한 핵이 폐기되면 좋은 결실이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렇게 된다는 작은 징후도 찾을 수 없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미국과 북한이 협상 진행 중이라고 꼭 중단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이 수십 년간 중단을 요구했지만 동맹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에 응하지 않아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심각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는 일절 상의하지 않은 채 제 맘대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결정해 버린 것"이라며 "심지어 미국 국방부도 제대로 알지 못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어 "이 중대한 문제가 즉흥적으로 결정됐다니 기가 막힌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더구나 트럼프는 한·미 연합 훈련을 '도발적'이라며 전쟁 게임이라고 마치 북한 방송 같은 말까지 했다"며 "김정은으로선 가만히 앉아서 수십 년 숙원을 풀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한·미도 이런 점을 우려했는지 백악관은 한·미 훈련 중단이 '북한이 선의를 갖고 행동하는 한'이라고, 청와대도 '북이 비핵화 실천 의지를 보이고 대화가 유지되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이긴 했다"면서 "그러나 중단한 훈련을 재개하기 힘들다는 것은 한·미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재개하면 북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 명확하고 현재의 한·미 정부가 이를 이겨낼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지었다.

조선일보는 "미·북 간에 진행된다는 실무 협상에서 또 어떤 터무니없는 거래가 이뤄질지 알 수 없다"며 "올 들어 진행된 북핵 협상 과정에서 김정은은 본인이 원했던 것 이상을 이미 얻었다. 정상회담 쇼를 통해 도발적 이미지를 벗었고 한·미 대통령을 자신과 같은 배에 태웠다. '북한 비핵화'는 전혀 다른 의미의 '한반도 비핵화'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북제재 약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김정은은 이날 올 들어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며 "시진핑 주석과 제재 해제 문제도 논의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이 완전히 비핵화한 것이 증명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보면 이 말도 쉽게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조선일보는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미국에 대해 냉전보수적 관점에서 우호적 평가를 내려왔다.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무드가 조성되자, 미국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은 건 조선일보뿐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냉전보수의 대표격이었던 자유한국당도 "냉전보수를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은 19일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한미 군 당국의 공조 하에 북한의 핵폐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결정으로 이해하며,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