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철수 전 의원이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곤경에 처했다. 안 전 의원에 대한 당 안팎에서 혹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안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기로에 섰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도 밀린 3위에 그쳤다. 안 전 의원은 지난해 5·9대선에서도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에게 밀려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안 전 의원이 연속으로 3위를 기록하고,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거의 배출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존재이유를 잃어가고 있다.

▲안철수 전 의원. (연합뉴스)

사실 안철수 전 의원이 3위에 그칠 것으로 점치는 시각은 많았다.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선거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거대정당 후보에게 표심이 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안철수 전 의원이 어설프게 김문수 전 지사와 단일화를 시도하다가 분위기를 내줬다는 점이다. 김 전 지사가 2위로 뛰어오른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자 단일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홍준표 전 대표도 "후보들끼리 개인적으로 단일화 할 수 있다"며 장단을 맞췄다.

안철수 전 의원 측은 자유한국당 측의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며 "단일화를 위한 심리적 장벽이 제거된 만큼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김문수 전 지사 측은 당대당 통합을 요구했고, 안철수 전 의원과 김 전 지사 사이의 단일화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서울시장 선거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선거에 나선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갈 길을 잃었다. 단일화 논의로 인해 보수 표심은 더욱 거대정당인 자유한국당 쪽으로 쏠렸다. 동작구청장에 출마했던 장진영 변호사는 안철수 전 의원에 대해 작심비판을 제기했다. 장 변호사는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안'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장진영 변호사는 선거 후 미국으로 출국한 안철수 전 의원을 향해 "안 후보님도 3등 낙선으로 심신이 지치셨을 줄 안다"면서도 "그러나 몇 명인지 알수도 없이 많은 우리 후보들이 전멸했다. 당이 조금만 받쳐줬더라면, 아니 당이 헛발질만 안 했더라도 너끈히 당선될 수 있는 후보들이었는데, 그 많은 후보들 모두가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선거 후반 뜬금없고 모양도 구린 단일화 협의는 또 다시 지지율을 최소 5% 말아먹었다"며 "안 후보가 단일화에 목매는 모양새를 보인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었다"고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안 후보님이 이 시점에 미국에 가신 것은 또 다시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보인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동지와 함께 울고 웃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밖에서도 안철수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 전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6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의원의 '정치 은퇴'를 거론했다. 윤 전 장관은 "한때는 '안철수 현상'이란 말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자연인 이름 밑에 '현상'이 붙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준 전 장관은 "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동기는 나쁘다고 볼 수 없고,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했다"며 "하지만 그 노력이 번번이 국민에게 평가받지 못했다. 그리고 평가받지 못할 일을 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이제는 이쯤에서 정치를 접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오히려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권유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안철수 전 의원을 향해 쓴 소리를 던졌다. 18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는 "그는 정치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김 전 대표는 "2011년 윤여준, 법륜, 최상룡이 '당을 만들어보자'며 안철수를 추천했다. 다들 대단하게 평가했다"며 "당시 내가 네 번이나 만나 '정치할 생각 있느냐'고 물었는데 답을 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만났을 때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내가 '먼저 총선에 출마해 국회에서 정치를 익혀라'고 권하자, '국회의원은 아무 하는 일이 없는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한심해 내가 자리를 떴다"며 "외교·국방 등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면 국가 운영의 몇 가지 측면에는 자기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의원과 국민의당을 창당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안 전 의원에게 정계 은퇴를 권했다. 18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한 박 의원은 "안철수 대표는 이름 그대로 안쓰럽다"며 "윤여준 전 장관과 김종인 전 대표가 말한 것처럼 '더 이상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말고 본업으로 돌아가라'에 한 표를 얹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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