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없었다. 전날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포르투갈은 강적 스페인과 무승부를 기록했다. 어쩌면 마지막 월드컵 출전일 수도 있는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아이슬란드의 빙벽을 뚫어내지 못하고 말았다.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지만, 수비 조직이 무너지며 승점 3점을 올리지 못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 조별 리그 통과도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

프랑스의 첫 경기도 엉망이었다. 겨우 이기기는 했지만 강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조별 리그를 통과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들 정도로 프랑스 전력은 탄탄해 보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 면면을 보면 우승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팀이다. 프랑스 팀 역시 선수 연봉만 따지면 우승을 서너 번은 해야 한다. 축구공은 둥글고 경기는 수많은 변수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알 수는 없다. 축구는 이름값이 대단한 가치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때론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하다.

우루과이 경기에서도 그런 이름값의 허무함은 증명되었다. 물론 첫 경기이기 때문에 몸이 덜 풀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경기도 그랬다. 첫 경기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경기 경험을 한,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존재하는 아르헨티나가 아이슬란드에 이렇게 고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이슬란드 알프레드 핀보거슨(왼쪽)이 16일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동점을 만드는 첫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큰 신장과 건장한 체구가 강점인 아이슬란드는 철저하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전력으로 아르헨티나를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이런 경우 승점 1점을 위한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작지만 빠르고 발 재주가 뛰어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막기 위한 전략은 상당히 잘 짜여 있었다.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던 아이슬란드는 전반 맨시티 주포인 아구에로의 터닝 슛으로 경기를 앞서 나갔다. 월드컵에서 유독 골을 넣지 못했던 아구에로의 전반 19분 첫 골은 아르헨티나가 손쉽게 아이슬란드를 꺾을 수도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기술이 뛰어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막기는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기 흐름은 전반 23분 핀보가손의 동점골로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예선전이나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 수비가 자주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 경기를 보면서 우리 수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보다 더 능력이 떨어지는 한국 수비진이 비슷한 전력을 가진 스웨덴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니 말이다. 더욱 아이슬란드는 철저하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했지만, 스웨덴이 수비 위주 경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수비 조직력이 얼마나 좋아졌느냐가 관건이다.

수비 조직력이 99%는 완성되었다는 자평을 보면서 더욱 우려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수비가 최악으로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항상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더욱 수비 조직력 붕괴가 심하게 드러나며 우려 역시 커지고 있는 중이다.

메시의 PK 실축 장면.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와 아이슬란드 경기는 동점 상황에서 다시 달라졌다. 아이슬란드로서는 무리한 공격 축구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수비 위주로 승점 1점만 얻어도 큰 성과인 경기에서 굳이 무리수를 던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경기는 아이슬란드 선수들이 모두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 위주 경기를 이어갔다.

꽉 막힌 상황에서 아르헨티나는 제대로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인의 장막으로 둘러싸인 상태에서는 공격의 틈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더욱 신장 차이가 너무 커서 양 사이드에서 올리는 공격도 할 수 없다.

공격은 중앙의 메시에게 모여 나뉘는 고정적 패턴으로 이어졌고, 이런 단순한 공격은 아이슬란드 수비가 충분히 예측을 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공간 침투하던 메시가 패널티 킥을 얻어냈다.

이 중요한 순간 메시는 실축을 하고 말았다. 골포스트 가깝게 이어진 슛도 아닌 애매한 방향과 속도의 공은 손쉽게 아이슬란드 골키퍼가 막아낼 수 있었다. 골키퍼가 반사적인 동작으로 손쉽게 막을 수 있는 슛은 실축일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이슬란드와 경기를 1대1 무승부로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시는 이후 두 번의 프리킥 찬스도 살리지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왜 이과인을 뒤늦게 투입했을까? 꽉 막힌 공격,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경기에서 186cm의 이과인을 투입해 양 측면에서 공격과 흘러나온 공으로 골을 노리는 방식을 좀 더 빨리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들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꼭 잡아야만 했던 아이슬란드에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크로아티아와 나이지리아 모두 약팀이 아니다. 이들이 모두 강팀이라는 점에서 자칫 아르헨티나는 전 대회 준우승 후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상대 팀이 철저하게 수비 위주로 나올 수밖에 없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비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안일한 경기는 그렇게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무승부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수비 조직은 무너져있고, 다른 팀 역시 메시 방어 전략을 동일하게 이어간다면 아르헨티나는 승리 해법을 찾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프리킥을 통해 해트트릭을 기록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로이터=연합뉴스]

호날두는 첫 경기 해트트릭으로 팀을 살렸다. 메시는 팀을 구원하지 못했다. 호날두는 익숙한 스페인 대표팀과 승부라는 점에서 보다 편안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강렬한 모습을 보였다. 그에 반해 메시는 좀처럼 우리가 아는 메시의 모습이 아니었다.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이들의 2차전은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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