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가 합의되지 않았는데 한미 동맹만이 약화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북미 사이의 오랜 적대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5일자 조선일보는 <북핵 폐기 흐려지는데 한·미 동맹만 약화되고 있다>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미·북 회담은 13년 전 9·19 합의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을 결과라고 내놓고 끝났다"며 "땅시 9·19 성명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북은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조치에 복귀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검증'은 물론이고 NPT, IAEA 복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북한이 현재까지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50기 안팎 핵폭탄은 그대로 있고 어떻게 없애고 어떻게 검증할지 하나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며 "이러고서 핵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나"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을 '전략 국가'라면서 '조미 수뇌회담에 앞서 보선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조선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당장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유포됐으나 그것은 이번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했다"며 "미국이 요구했던 CVID는 북이 생각하는 비핵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이번에 무산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북의 본심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는 회담 성과로 김정은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없앨 것이라고 약속한 점을 들었다"며 "실제 폐기할 것이다. 북은 풍계리 핵 실험장도 폭파했다. 둘 다 효용성이 없어진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것으로 김정은은 미국을 공격할 의사는 없다는 선물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 줄 수 있다"며 "트럼프는 그 대가로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약속했고 앞으로 주한 미군을 철수 내지 감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연합 훈련을 하지 않으면 동맹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북핵을 없애 한국의 안보를 지키고자 시작한 협상이, 북핵 폐기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지대로 들어가고 한·미 동맹은 명백히 약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금 모두가 북한 체제 안전을 걱정하는데 정작 한국민 안위는 누가 대변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주장은 오랜 적대관계인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미국과 북한은 70년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이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

물론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CVID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처음 만나 대략적인 틀에 대해 운을 뗀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CVID만 주장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단의 합의가 한 번에 도출되는 것은 불가능하단 얘기다. 한국 전쟁 휴전 협상도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여러 차례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협상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서로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받으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가 구축되면 비로소 CVID를 전면으로 내세울 수 있는 시기는 분명히 온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다면 북핵문제 해결 방법은 전쟁으로 귀결된다. 세상에 전쟁보다 더 한 인권침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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