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북미 회담 결과에 적지 않은 문제를 제기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13일자 조선일보 1면.

13일자 조선일보는 1면부터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비토하는 논조의 기사를 쏟아냈다. 1면 헤드라인에 <트럼프, CVID 빼놓고 "한미훈련 중단"> 기사를 배치했고, 2면에 <美 CVID 숱하게 외치더니…2005년 9·19 성명보다 후퇴했다>, <431개 영단어…역대 北관련 합의문 중 가장 짧아>, 3면에 <비핵화 한마디 안한 김정은에…'한미훈련 중단' 안겨줬다>, <트럼프 "주한미군 빼고 싶다, 지금은 아니다">, <"김정은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파괴 중이라고 언급> 기사를 실었다.

4면에는 <트럼프 "백악관에 김정은 틀림없이 초청…여러차례 만나겠다">, <트럼프, 당분간 대북제재 유지한다지만…中, 곧바로 제재완화 언급>, <NBC 기자 "웜비어 등 사람 죽인 김정은이 재능있다고?" 트럼프 "어려운 환경서 자라…훌륭한 인격에 매우 똑똑">, 5면에는 <"한미동맹에 중대한 위협…北, 결국 핵보유국 인정받을 것">,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美軍유해 발굴만…">, <終戰선언 대신 체제보장 합의>기사를 배치했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의 북미 정상회담 평가는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서명이 담긴 6·12 합의문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만큼 어이없고 황당하다"며 "이번 회담의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 북한 핵을 폐기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회담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합의문 속에 핵 폐기 시한과 CVID라는 핵 폐기 원칙이 명확히 담기느냐 두 가지였다"며 "북한이 늦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모든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 이행을 검증할 사찰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합의문에 담지는 못했지만 회담에서 오간 다른 얘기가 있는지 기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더 걱정스러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에 시도도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선물을 북에 안겨버렸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북한 김씨 왕조는 미국 현직 대통령과 마주 앉는 것이 3대에 걸친 숙원 사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대 초반의 북한 지도자를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김정은에게는 엄청난 성과"라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속을 챙긴 쪽은 김정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손해 보는 거래를 하려고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불량 국가 독재자를 만났다니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역사적인 북미 회담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놨다"며 "정말 '뜨거운 마음'인지 그런 척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벌써 많은 것이 어그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북 제재밖에 없다"며 "대북 제재만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한미 양국 정부의 의지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국민들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냉철한 눈으로 앞으로의 북핵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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