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지방선거는 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전국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간다. 심지어 보수의 심장이라는 TK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접전을 벌일 정도라면 말 다한 것이다. 민주당은 땅 짚고 헤엄치는 기분이고, 야당들은 발이 닿지 않는 수심에 떨어진 느낌이다. 뭔가 뜨겁게 관심을 끌 만한 승부처가 없다는 것은 역전을 도모하는 야당들을 더욱 지치게 만드는 고민일 것이다.

거기다가 역사적 이벤트인 북미정상회담이 선거 다음 날 열리는 탓에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관심도는 어느 때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의 격전지로 꼽았던 서울은 슬그머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고, 드루킹 사건의 표적이었던 김경수 후보의 경남이 서울이 잃은 격전지의 지위를 이어받았다. 그런데 선거 후반에 들면서 갑자기 경기도가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여러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후보에게 시선이 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1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을 찾아 유세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후보의 경우 한 달이 넘는 야당과 언론의 집중포화에도 오히려 지지는 더욱 늘어나는 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뜨겁던 논란이 두 번의 티비토론을 거치면서 급기야 전 언론이 다루는 국민적 관심사로 번져가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두 곳 모두 민주당 후보들이 앞서고 있기는 하지만 한 곳은 샤이보수의 반격이 걱정되고, 다른 한 곳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이 곤혹스럽다는 차이를 보인다. 김경수 후보가 당 지지자들의 절대적인 응원을 받는 한편, 이재명 후보는 정반대로 당 지지자들로부터 격한 반발을 사고 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눈덩이처럼 커져 버린 논란이 당선증을 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재명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래도 어차피 경기도지사는 이재명이라고 낙관하는 쪽도 있고, 비관하는 쪽도 존재한다. 민주당에서는 여론조사 추이를 손에 쥐고 있겠지만 공개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결국 선거결과를 보고서야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MBN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선거결과를 떠나서 이재명 후보 논란은 민주당에 심각한 문제를 남기고 있다. 이재명 후보를 가장 격렬하게 비난하는 것은 경쟁 후보쪽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당은 당대로, 지지자는 지지자대로 서로를 이해 못 하겠다는 상황이기도 하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전쟁과도 같은 선거에서 자당 후보에게 흠이 있더라도 감싸주자는 것이 민주당 일부의 새삼스럽지 않은 입장인 것이고, 지지자들은 진영논리에 빠져 도덕성 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논란에 대해서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근거가 있다면 내놓으라고 한다. 반면 피해자의 말만으로 예비후보 자격을 박탈한 바 있는 민주당이 피해자인 김부선 씨의 말은 왜 묵살하냐는 것이 지지자들의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당 차원의 대응이 없다는 것은 민주당의 입장이 무척 곤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명 후보 저격에 발 벗고 나선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가 티비토론에서 집요하게 의혹을 추궁하고, 이후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는데도 민주당의 반응은 전무하다.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 막말사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그래도 이재명 후보가 당선이 되면 그만이라는 말을 한다.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선거는 법정이 아니다. 당선은 인격의 증명도 아니다.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 검증부실이 가져온 결과는 너무도 참혹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다. 그 결과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비극적 현실은 후보검증 실패로부터 원인을 찾아야만 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언제부터 민주당 후보가 다른 것도 아니고 도덕성 논란이 있었냐고 탄식하고 있다. 정당이 지지자들의 도덕성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정치의 현실을 말해준다. 작년 민주당은 기껏 혁신위를 만들고는 이내 정발위로 명칭을 바꿨다. 혁신이라는 단어가 여당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거기서부터 문제였다는 지적이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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