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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전문기자 박수택, 고양시장 도전[인터뷰] SBS 출신 박수택 정의당 고양시장 후보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았다"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6.08 16:32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수택 전 SBS 기자는 성공적인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SBS에서 도쿄 특파원·앵커·노조위원장 등 굵직한 역할을 해왔으며 환경전문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MB정권 시절 4대강 정책을 비판하다가 환경전문기자직에서 해임돼 논설위원실로 물러나기도 했다. 고난에도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언론인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했다. 

박수택 전 기자는 올해 2월 33년 기자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했다. 은퇴 후 그가 선택한 것은 6.13 지방선거였다. 거대 정당·광역단체장 후보가 아니라 정의당 고양시장 후보로 나섰다.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박수택 후보는 왜 고양시장 후보로 나섰을까. 미디어스는 8일 박수택 후보를 만나 지방선거 출마의 이유와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에 미디어스는 박수택 후보를 다시 만나 선거에 대한 후일담과 앞으로 계획을 듣기로 했다. 

박수택 고양시장 후보 (미디어스)

Q. 고양시장에 출마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고양시로 이사한 지 18년 가까이 됐다. 처음에는 고양시에 대해 긍지와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보니 불편한 점이 생겼다. 인구급증, 도시 팽창, 자연 훼손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현장 기자로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을 했는데, 고양시의 문제가 확연하게 보였다.

그런데 고양시의 시·도의원, 행정은 서민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기성정당에 속한 지역 정치인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언론인 출신으로 이런 모순을 참을 수 없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나를 비롯한 지역 주민의 삶이 피폐해지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Q. 환경전문기자라는 출신을 토대로 환경경제시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주요 공약은 국제철도 터미널 유치, 개발 사업이다. 모순적이다

A. 맞는 말이다. 공약을 세우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대곡지구(박 후보의 국제철도 유치 예정 지역) 주변은 개발제한구역 지역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다 망가져 있다. 논이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논을 메워 밭을 만들고 물류 창고가 들어섰다. 누더기가 된 것이다. 아마 경제적인 이유에서 그랬을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그 땅을 푸른 논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그러나 주민에게 무한정 피해를 강요할 순 없다. 개발제한구역은 그 땅에 사는 사람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것인데, 정의로운 국가라면 개발제한구역 지역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국제철도 터미널이 생긴다면 고양시가 종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개발이 아니라 도시 발전의 관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Q. 그래도 환경전문기자라는 타이틀에서 비껴가는 정책이란 느낌을 지울 순 없다

A. 대곡지구는 황무지에 난개발 지역이다. 무허가 공장, 창고, 비닐하우스가 있고 주민들은 낡은 집을 새로 짓지도 못한다.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하나. 내가 시장이었다면 그렇게 두지 않았다.

그곳을 정돈하고,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자족 기능이 높아지는 도시 경제가 완성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 곳을 가만히 두면 방치일 뿐이다. 보존이 아니다.

Q. 기자 경험을 살린 공약은 어떤 게 있나?

고양시에는 ‘고양 소식’이라는 시정 홍보지와 인터넷 방송이 있다. 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홍보 매체다. 그간 이들 매체의 주인공은 시장이었다. 시민이 아니라 시장을 홍보하는 역할에 그쳤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다. 작년 9월 즈음, ‘고양 소식’을 봤는데 시장의 치적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거기서 2016년도 고양시를 찾은 관광객 수가 1186만 명이라고 하더라.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수치의 근거가 뭐냐고 물으니 문화관광부의 자료라고 하더라. 알고 보니 해당 수치는 관광지점의 입장객 수를 단순 집계한 수치였다. 통계 조사를 한 문화관광연구원도 “단순 집계이니 지자체의 관광객 통계로는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건 사기였다. 시장이라는 자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속인 것이다. 항의해 기사를 바로잡으라고 하니 몇 달 후에 아주 작게 해명을 하더라.

내가 시장이 되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 홍보 매체를 시장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고, 시민을 알리는 언론으로 만들겠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편집운영권을 시민위원회에 위임하고 시장·공무원을 마음껏 비판하게 할 것이다. 표지 인물도 시장이 아니라 고양시를 빛낸 시민에게 돌릴 것이다.

Q.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A. 정의당의 가치관은 나와 다르지 않다. 정의당은 소수자·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규모가 작으니 사람들이 겸손하다. 또 작은 만큼 열심히 활동한다. 큰 새(주요 정당)는 성큼성큼 걷기에 밑을 볼 수 없지만 작은 새는 종종걸음으로 달린다. 지역 안건을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 사회에 정의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한국은 6·25 이후 자유를 얻었고 독재 정권을 거치며 민주를 이뤘다. 그런데 지금 사회가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갑을 논란이 일상적으로 나오고 노동자가 망루에 올라가 투쟁하고 있다. 사회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만으로는 공허하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정의가 필요한 시대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은 큰 정당이지만 이 둘만으론 대한민국이 행복해질 수 없다. 정의당이 필요할 때다. 그래서 정의당을 선택했다.

Q. 당선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최악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A. 최악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세운 가치를 계속해서 이뤄가고 싶다. 시민의 역할로 돌아가서 말이다. 가치를 토대로 사회에 긍정적인 요인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지금은 선거 운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박수택 후보의 환경전문기자 당시 리포트(SBS)

Q. 기자 출신이 현실 정치에 뛰어든다는 것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

A. 맞는 말이다. 한국에는 정치 혐오 현상이 매우 크다. 당장 ‘정치’라고 하면 당리당략, 사리사욕을 떠올리는데 근본은 그게 아니다. 지역 정치는 시민의 삶을 개선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 언론과 정치, 행정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언론인은 현장에 가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점을 판단하고, 기사를 쓴다. 사회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지역 정치·행정도 마찬가지다. 지역 시민의 삶을 보고 듣고 살펴야 한다. 거기서 정책이 나오고 문제점이 해결된다. 명칭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언론인 출신인 내가 기초자치단체장의 일을 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Q. 언론계에서는 유명한 기자였다. 시민들이 알아 봐주지 않을 것 같다

A. 다 옛날 일인데 뭘(웃음) 지금은 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나의 가치, 살아온 이력을 통해 신뢰를 주는 것이다. 신뢰를 통해 비전을 전달하고, 함께하자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에 포함된다. 열심히 하고 있다.

또 권력자를 감시하던 역할에서 현재 감시당하는 위치로 바뀌었다. 다행히 살아오면서 골프채를 잡아본 적도 없고,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았다. 이런 이력을 시민이 알아준다면 언론계의 명예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Q.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 후보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언론인이 많다. 한 말씀만 해달라

A. 기자 출신으로서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언론계 동지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최근 언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많다.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기자 출신인 박수택을 보고 언론계에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걱정해주는 후배들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슬기롭게 나아가겠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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