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성정치발전비의 99.84%를 여성 당직자들의 인건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자금법 제28조 2항은 원내 정당들에게 지원되는 정당보조금 중 10%를 여성정치 발전비로 사용하게 돼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운동본부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여성본부' 사무처 급여로 매월 거액의 인건비를 지출했다. 지난 2017년 6월부터 12월까지 자유한국당이 여성본부 사무처 급여로 지출한 총액은 8억1084만9740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전체여성정치발전비 지출액 8억1213만2640만 원의 99.8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류여해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문제는 자유한국당 조직도에는 여성본부라는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설, 특별위원회 중 하나로 여성위원회가 존재할 뿐이다. 신지예 후보 선거운동본부는 급여가 집행된 인사들 대부분이 자유한국당 시·도당에서 근무하는 여성당직자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여성정치발전을 위한 업무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당직자의 인건비로 지출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지난 2008년 2월 중앙선관위가 "여성정치발전비를 중앙당 여성국과 시도당 여성팀 등 여성정치발전에 필요한 활동을 기획·집행하는 부서를 둔 경우, 그 유급사무직원 인건비를 경상보조금에서 지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하라는 여성정치발전비의 본래 취지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신지예 후보는 "자유한국당이 급여를 지급해 온 당직자들이 진짜 여성정치발전 업무를 해 왔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그리고 앞으로 여성정치발전비가 단순 인건비로 쓰이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여성정치발전비의 50% 이상인 5억719만3500원을 여성당직자 인건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민주당은 인건비로 사용된 금액을 '여성국 인건비'로 선관위에 보고했지만, 일부 당직자들은 여성국이 아닌 조직국, 공보국 등에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신지예 후보는 "여성정치발전비를 매년 10억 원 이상 지원받는 거대정당들이 여성후보를 발굴, 지원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 거대정당에서 여성후보 비율이 매우 낮은 데에는 여성정치발전비가 본래 취지대로 사용되지 않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지예 후보는 "이 문제는 대한민국의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얼마나 반 성평등 세력인지를 잘 보여준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성평등을 핵심적인 정치의제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기득권 정당들의 반 성평등 행태에 대해서 매의 눈으로 감시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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