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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시장 변하지 않았는데 합산규제 일몰?…"경쟁활성화 방안 마련이 우선"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6.14 14:18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회 원구성 협상은 6·13 지방선거 분위기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후반기 국회 운영의 틀을 결정짓는 중요한 협상이다.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이 6월 중으로 이뤄지는 만큼, 이를 우선 처리 과제로 삼을 전망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3년, 시장 상황 달라진 것 없어

지난 2015년 도입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을 하나로 묶어 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1/3을 넘을 수 없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울어진 유료방송 시장을 경쟁적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 끝에 탄생한 법안이다. 이 규제는 오는 27일 일몰 예정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여부를 두고 IPTV를 운영하는 KT, SKB, LG유플러스와 케이블TV 등은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IPTV와 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한 KT는 합산규제를 일몰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B와 LG유플러스, SO들은 합산규제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은 유료방송 합산규제 도입 이후 시장 상황이다. 처음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도입된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KT만 보유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이었다.

OBS 뉴스 화면 캡처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시행됐지만 KT계열의 시장점유율은 30.66%인 반면, SKB는 13.79%, LG유플러스 11.15%, MSO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13%에 그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유료방송 시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은 유료방송서비스로 사실상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을 관련시장에서 상호경쟁관계에 있다고 판단해 동일시장으로 획정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도 2017년 방송경쟁상황평가에서 동일시장으로 획정했다. 즉 DCS를 포함해 IPTV, 위성방송, 케이블TV는 모두 동일한 유료방송서비스이므로 규제를 각각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KT는 2018년 기준 총 36개 계열사 및 30조7000억 원 수준의 자산총액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규모 기업집단'에 해당한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해당하는 동일 계열의 사업자가 동일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관계자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의 취지, 경제력 집중 억제라는 정책 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KT의 경우 전세계 유례없이 동일시장에서 복수의 전국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일몰시키는 것이 오히려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방송이 통신기업의 '끼워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현재 유료방송 상품은 통신 결합상품 위주로 이뤄져 있고, 대부분의 불공정행위가 단품 판매보다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독점력을 가진 KT가 이를 악용할 경우 약탈적 가격책정으로 불공정 경쟁을 추구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KT, 유료방송 합산규제 폐지 주장하지만 "경쟁활성화 방안 마련이 우선"

KT는 도서산간 지역 주민은 방송서비스 제공 받지 못한다는 우려, 소비자 선택권 제한, 경쟁 제한, 평등의 원칙 위배 등을 이유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KT의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현행 방송법 및 IPTV법에서는 도서산간 등 위성방송만 수신 가능한 지역을 가입자 수 산정에서 예외로 지정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이들에게 무상으로 유료방송을 제공할 경우에도 가입자 수 산정에서 배제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합산규제 존치와 도서산간 지역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권은 관련이 없다.

또한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공정경쟁을 확보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로, 특정사업자의 사업 방해를 위한 규제로 보기 어렵다. 이미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한 서비스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경쟁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무리가 있다. 오히려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KT가 시장점유율 33%가 넘는 독점 사업자로 자리잡으면서 방송시장 경쟁 저하와 시장의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KT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평등의 원칙 위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를 신설한 것이 아니라 SO와 IPTV에만 적용하던 규제에 '위성방송'을 포함시켜 전체 유료방송시장을 하나로 묶은 것 뿐이다. 따라서 오히려 평등한 시장점유율 규제로 볼 구석이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될 경우 입법 미비로 인해 KT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며 "KT의 현 시장점유율을 고려해보면 시장 독점사업자가 출현하지 않도록 경쟁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후 합산규제 완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이후 OTT의 성장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및 시장의 경쟁추이를 고려해 합산규제 존폐를 통합방송법과 연계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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