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8.8.16 목 22:16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칼럼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적 보도와 노동자 인권[류한호 칼럼]
류한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 승인 2018.06.05 14:51

한국 언론의 편향성은 정치적 영역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된다. 개혁적 정치세력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성은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언론의 편향성은 경제적 영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관철된다. 이익극대화를 지향하는 자본이 장악한 언론매체들은 늘 친자본적이고 반노동적이며, 부자 편을 들고 빈자에 대해서는 적대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사회통합이나 양극화 해소, 공동체 유지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러다 보니 노동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로 표현할 수도 없고, 미디어에 의해 표현될 기회도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다.

2017년 하반기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간당 10,000원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고, 최저임금위원회가 금액으로는 1,060원, 비율로는 16.4%가 인상된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논의과정에서부터 결정 이후까지도 언론매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하여 극도로 공격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5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저지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노동현장에는 격동이 일어나고 있다. 5월 28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2019년 1월 1일부터 임금 외로 제공하던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되는 식대 같은 복리후생적 성질의 임금까지 최저임금에 포함하게 되었다. 2018년 7월부터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주당 노동시간 40시간 이하를 향해 달려가는 선진국들 수준에는 현저히 미달하지만 노동시간이 세계 최장 수준인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진전이다. 한국 노동계와 사회에 큰 변화를 초래할 사건이다.

최저임금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며칠 전 통계청이 올해 1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 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8%나 줄어들고,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9.3%나 늘었다. 그 결과 양 계층간 소득격차는 5.95배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최저임금법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하위 20%의 가계소득 감소 등 소득분배 악화현상에 대하여 매우 아픈 지점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복지를 통해 문제에 대응해나가자는 정책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기업체들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노동자들은 실업상태로 내몰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과도한 노동비용 때문에 생산비가 상승하여 기업운영에 애로가 오고, 결국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물가는 인상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런 부담은 영세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다수 언론매체들의 보도태도는 양극화 문제와 노동시간 단축문제에 관한 보도에서도 거듭되었다.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함으로써 실업자가 늘었고, 그것이 하위계층 소득의 감소와 양극화 심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과 임금 문제에 대한 보도를 해석·평가함에 있어서 진실보도와 사실확인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 얼마나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는지가 문제로 떠오른다.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가 자본 사이의 대립이나 이익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공동체의 유지와 번영이라는 큰 맥락에서 봐야 하고, 더욱이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사회존립의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사회적 약자인 빈곤층이나 최저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요, 공동체의 존재근거이기도 하다. 그것을 방치하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안녕과 질서는 위협받고, 공동체는 위태로워진다.

한국사회의 시스템은 총체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노동과 자본, 정치와 경제, 사람들의 삶의 양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다. 사회환경 전반에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것은 4차산업혁명시대와 저성장시대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런 환경에서 모든 사람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일은 중요하다. 노동할 권리, 즉 노동권은 노동할 능력과 의욕을 지닌 사람이 노동할 기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생존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노동권은 매우 중요한 인권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경제발전의 장애물인가. 사회혁신 없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노동시간이 짧아지면 일자리는 늘어난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노동권의 실현기회는 확대된다.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 나누기가 바로 그것이며, 이러한 변화와 혁신이 경제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모두가 일하고, 모두가 여유롭게 사는 그런 세상이다. 고령화로 인하여 늘어나는 저소득 노인들이나 영세자영업자, 실업자들에게 복지정책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겠지만, 그들에게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제공해야만 한다.

언론매체들은 여전히 광고주와 사주와 지배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부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매체들은 사회시스템 전반이 미래형으로 변화하고, 노동과 자본의 관계가 재구조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하여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노동과 자본, 빈자와 부자의 대립이 아니라 양자가 서로 잘 어울리고 서로를 위하여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매체는 이 격동의 시대에 무엇이 중요하고 더 본질적인 것인지를 판별하여 역사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보도, 사람 중심 보도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 류한호 이사장의 칼럼을 언론인권센터의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류한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webmaster@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8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