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여성정치발전비를 여성정치와 연관이 없는 당직자 인건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자금법 제28조 2항에 따르면 원내정당들에게 지원되는 정당보조금 중 10%는 여성정치 발전비로 반드시 사용하게 돼 있다.

5일 오전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선거운동본부는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신 후보 측은 2017년 정당회계보고서류를 검토하고, 영수증 등 지출증빙서류를 중앙선관위에서 열람해 민주당이 여성정치발전비를 당직자 인건비 등으로 유용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유용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민주당은 지난해 6월 여성국당직자 인건비로 5640만3940원을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이 돈은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출됐으며, 민주당은 당시 여성국 당직자 숫자를 12명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여성국에서 근무한다고 보고했던 당직자 일부가 여성국이 아닌 조직국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예로 정 모 국장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조직국장으로 근무하다가 다시 공보국장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 국장이 여성국에 근무하는 것으로 선관위에 회계보고를 했다.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인건비를 지출했단 얘기다.

김 모 당시 공보국장, 임 모 당시 홍보국장 등도 여성정치발전비에서 급여를 받았다. 정 국장이 506만2340원, 김 국장 451만1410원, 임 국장이 447만3090원의 급여를 받아 국장급만 따져도 총 1404만6840원을 유용한 셈이다. 명백한 정당 보조금 유용이고, 허위보고라는 게 신지예 후보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도 여성정치발전비에서 급여를 받은 다른 당직자들도 근무 부서가 여성국이 아닌 경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같은 민주당의 여성정치발전비 유용 및 허위보고는 장기간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선관위에 여성국 당직자가 12명이라고 보고하고 이들의 인건비를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사용했다. 그러나 2018년 3월 기준 민주당 여성국 직원은 7명이다. 또한 민주당이 여성국 근무자라고 보고한 당직자 대부분이 국장, 부국장급의 고위 당직자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여성정치발전비에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여성국 당직자 인건비로 지출한 액수는 6월 5640만3940원, 7월 1억526만7760원, 8월 5383만7420원, 9월 1억246만460원, 10월 5577만8870원, 11월 5870만6910원, 12월 7473만8140원 등 총 5억719만3500원에 달한다.

신지예 후보는 "선거 때마다 거대정당들은 여성후보들을 공천하지 않으면서 '후보가 없다'는 식의 변명을 해왔다"며 "그러나 여성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사용하라고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여성정치발전비도 엉터리로 사용하면서, 그런 변명을 해왔다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신 후보는 "민주당은 여성정치발전비 유용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잘못 사용된 보조금은 국고에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성국 당직자라고 표현해 보고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선관위가 여성당직자의 인건비로 여성정치발전비 사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한 적이 있다"며 "여성당직자를 행정요원으로 보느냐, 예비 정치인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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