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준희 전 YTN 사장이 자신의 취임 배경에 최순실 씨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한 모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한 형사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조 전 사장은 해당 민사소송을 자신의 명의가 아닌 YTN 법인 명의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YTN 사측에서도 재판비용 배상 등 소송비용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 12부(재판장 이원신 부장판사)는 조 전 사장이 YTN 사장 재임 당시 YTN이 제기했던 모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YTN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조 전 사장은 2016년 11월 기업은행장 출신인 자신이 YTN사장으로 취임한 배경에 최순실 씨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내용의 증권가 정보글을 SNS를 통해 배포한 조 모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소송과 5억 원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해당 형사소송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항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조준희 YTN 전 사장(YTN 자료화면)

조 기자가 배포한 글에는 조 전 사장의 취임 배후에 최순실 씨가 있었다는 점 외에도 '최순실과 차은택의 지원으로 YTN 사장에 임명된 조 사장은 2015년 3월말 취임하자마자 외주제작을 대폭 늘려 차은택의 측근인 곽 모씨가 운영하는 회사와 외주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YTN 규정상 편당 1천만 원 이상의 외주제작은 경쟁 입찰을 거치게 돼있음에도 조 사장은 규정을 위반하고 편당 2천만 원에 수의 계약을 체결해 20억 원 가까이 지출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법원은 해당 민사소송에서 조 전 사장의 모든 입증에 의하더라도 조 모 기자가 제기한 의혹이 허위임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 전 사장은)기업은행장 퇴임 후 최순실과 차은택 관여 의혹으로 보도된 바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케팅부문 비상임 특별위원으로 위촉된 인물"이라며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밀실인사'라는 비판적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조 전 사장이 재임당시 3년 연속 적자 위기라는 언론보도가 있었음에도 (주)유니크미디어와 '강소기업이 힘이다'라는 프로그램에 관해 편당 약 2천만 원으로 하는 외주제작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체결, 총 20억 원을 지출한 것은 해당 외주제작사에 대한 상당한 특혜라고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고 봤다.

(주)유니크미디어는 조 기자가 배포한 정보글에 등장하는 곽 모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법원은 "(곽 모씨가)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3차례 동행하고 2015 창조경제대상 특별상을 수상한 인물인데, 창조경제추진단장인 차은택이 대통령 해외순방 행사에 적극 관여하였다는 언론기사가 이 사건 게시글 전송 무렵 보도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법원은 "조 전 사장은 적시사실과 같은 여러 의혹(언론사 사장 취임배경·추천경위, 수의계약의 체결과정 및 특혜 등)을 해소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법원은 조 기자의 의혹제기에 대한 위법성 여부에 대해 "원고(YTN)는 언론사로서 공적 존재에 해당하고, 언론의 자유에 상응한 비판의 수위 범위 역시 넓어야 한다"며 "이 사건 게시글은 공적 존재인 언론사의 대표이사 선정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폐해를 지적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고 판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해당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함과 동시에 소송비용을 원고(YTN)가 부담할 것을 주문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해당 사건이 자신과 관련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명의가 아닌 YTN명의로 소를 제기했다. 소송비용을 원고인 YTN이 부담하라는 법원의 주문이 내려졌고, 명예훼손 명목으로 5억 원이라는 무리한 금액을 청구한 만큼 YTN 사측에서도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 조 모 기자의 변호인은 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정보글의 내용은 조준희 전 사장에 대한 내용이다. 소송을 결정한 것도 조 전 사장이 결정했을 것"이라며 "개인 자격으로 소송해야 맞는데 원고에서 본인은 빠지고 법인을 내세워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인은 "법원에 내는 비용만 수백만 원이고 패소했을 경우 상대방에게 물어줘야 하는 변호사 비용 역시 수백만 원에 이른다"며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5억 원은 인정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 전 사장이 본인의 면피를 위해 회사 명의로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YTN 프로그램 '강소기업이 힘이다'에 소개된 업체 '송산특수엘리베이터'의 회장으로 선임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성명을 내 "언론사 사장이 자사 프로그램에 소개한 기업에 회장으로 간다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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