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지난 2월 조두순 사건을 희화화해 2차 가해를 저지른 만화가 윤서인 씨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가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윤서인 씨와 윤 씨가 만화를 게재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미디어펜을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도 접수했다.

미디어펜 화면 캡처

앞서 지난 2월 23일 윤서인 씨는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미디어펜에 연재하는 '미페툰'에서 조두순 사건을 연상시키는 한컷만화를 게재했다. 안경을 쓴 남성이 "딸아 널 예전에 성폭행했던 조두숭 아저씨 놀러오셨다"고 하고, 다른 남성은 "우리 OO이 많이 컸네. 인사 안 하고 뭐하니"라고 마하고 있다. 뒷모습만 그려져있는 피해자는 떨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만화 하단에는 '전쟁보다는 역시 평화가 최고'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 만화는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미디어펜은 급하게 윤서인 씨의 만화를 삭제했지만, 윤 씨에 대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윤 씨는 "제 만화에 조두숭을 언급한 점, 제 잘못 맞다"며 "피해자의 심정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피해자 및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만화는 올리자마자 10분만에 삭제했다"고 사과했다.

윤서인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가기도 했다. 지난 2월 23일 시작된 이 청원은 3월 4일 오전 2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청와대는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청원에 청와대 관계자나 관계부처 장관이 공식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1일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윤서인 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조두순 사건은 2008년에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다. 피해자에게 영구 장애를 남긴 범행은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켰다"며 "당시 법원은 가해자 조두순(가명)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지난 10년간 피해자 가족은 '가해자가 출소 후 보복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속해서 호소해왔다"며 "그런데 윤서인은 하필 '조두숭'이라는 인물이 피해자의 집으로 놀러오는 상황을 그리며, 피해자 아버지가 그를 직접 피해자에게 인사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을 희화화하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해당 한컷만화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윤서인은 특정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이용해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희화화 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다시금 피해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가해자의 출소에 대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공포심을 부추기는 등 성폭력 피해 회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또한 윤서인은 해당 한컷만화를 통해 피해자 아버지를 '웃으면서 딸에게 성폭력 가해자를 대면시키는 인물'로 악의적으로 묘사했다"며 "이로 인해 조두순 사건 이후 반성폭력 운동에 목소리를 높여 온 피해자 아버지의 명예는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는 "우리는 피해자 가족과 함께 단호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수사재판기관은 성폭력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성폭력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표현행위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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