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군소정당 후보가 참여할 수 없는 선거방송토론회가 입방아에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2는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 후보자에 대해서만 방송토론회 초청을 의무화하고 있다. 앞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 제82조2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녹색당, 민중당,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들은 유력정당 후보들만 TV토론회를 진행하는 방송사와 선관위, 거대정당에 유리한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촛불 이후 선거는 기득권 정치의 재생산이 아니라 국민의 열망을 대변하는 다양한 정치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선관위는 민심과 동떨어진 기득권 정치 재생산에 불과한 입장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신창현 민중당 대변인,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 ⓒ미디어스

김진숙 후보는 "저는 비정규직 여성후보다. 5%를 근거로 방송토론회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비정규직 여성의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55%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비정규직과 여성을 대변하는 후보가 선관위 초청 토론회에서 배제되는 것은 한국 정당정치의 주소가 얼마나 편파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김진숙 후보는 "방송토론회는 공정선거를 위한 최소한의 기회 보장"이라며 "저와 옆에 나와 있는 녹색당 신지예 후보, 우인철 후보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그대로 담고 있는 여성, 비정규직, 청년 문제를 전면에 걸고 나왔다. 세 후보의 목소리가 사회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발언자로 나선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는 "제가 출마한 줄도 모르는 기자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후보 등록금은 5000만 원이었고, 밥값을 아끼고, 살 것을 사지 않고, 월급을 모아서 청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했다"며 "그런데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마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인철 후보는 "원래 잘 알려지고 유명한 정당은 안 그래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새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선관위가 청년, 여성, 정치 신인에게 최소한의 방송토론 기회를 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우 후보는 "아이슬란드 해적당 대표는 스스로 정치하는 시인이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총리는 31살이고, 이탈리아 로마 시장은 37세에 당선됐다. 프랑스와 캐나다도 30대, 40대 총리"라며 "청년에게도 국가 경영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인철 후보는 "처음부터 알려진 사람은 없다"며 "방송토론회에서 젊은 얼굴, 새 얼굴, 청년정치인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을 공유해주고 알려주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에서 새 세대의 목소리를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한국의 공직선거법에는 독소조항이 많다"며 "정치신인과 소수정당에 기회를 주지 않는다. 굉장히 높은 진입장벽을 세워놨다"고 전했다. 신 후보는 "토론회도 그렇다"며 "국회 의석 5개 이상을 갖고 있는 정당이거나 혹은 선거개시일 30일 이전에 여론조사 5% 받은 후보에게만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소수정당들은 배제되고 있다"며 "지지율을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평균 지지율 5%가 넘는지, 어떤 지지층이 우리를 지지하는지 알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신지예 후보는 "다양한 시민의 의사가 쟁점화 될 수 있도록 선관위는 방송사를 포함한 여론조사 기관에 모든 후보자를 포함해서 조사를 하라고 요청했지만, 방송사는 그대로"라며 "KBS는 선관위 주체 선거방송토론회를 하지만 자체 방송토론에서는 공직선거법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지예 후보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내부규정을 촛불 이전처럼 답습하면 어떻게 촛불 이후 달라진 언론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JTBC는 훨씬 높은 자체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방송사는 후보가 난립하면 방송에 차질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등은 10명 이상의 후보가 대통령, 총선 토론을 하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성 후보는 2.5% 지지율에서 27.9%까지 올리는 돌풍을 만들어내기도 했다"며 "선거방송토론회는 유권자가 후보의 정보를 얻고 정책을 알 수 있는 핵심통로"라고 강조했다.

신지예 후보는 "방송사가 후보자의 참여 제한을 높게 두는 것은 알 권리 침해이자,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다양성이 배제된 정치는 한계가 있다. 더 많은 정치인의 정책이 유권자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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