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남북 정상회담 깎아내리기가 도를 넘고 있다. 홍 대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외교안보 논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중재외교에 대해 계속해서 악담을 퍼붓고 있다.

28일 인천 남동구 소래어시장 방문 중 홍준표 대표는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미 북핵협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빠지라고 했기 때문에 역할이 없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역할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협상이 잘되면 자신이 역할을 한 것처럼 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은 북핵폐기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뤘다. 문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이야기하면 김정은이 만나주지도 않는다. 문 대통령은 한마디도 못하고 할 수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의 발언에 29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사실부정과 허위사실까지 거리낌 없이 주장하는 홍 대표는 가짜뉴스 공장장인가"라며 "무산될 것만 같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르고 있고,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레드라인을 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백 대변인은 "이렇게 베베 꼬인 정치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치졸함과 옹졸함이 눈 뜨고는 못 봐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백혜련 대변인은 "차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잘 되는 게 싫다',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이 싫다'고 이실직고하시라"며 "말도 안 되는 궤변과 사실부정까지 하는 것보다 오히려 속 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백 대변인은 "홍준표 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다운 품격을 저버린 지 오래지만, 더 이상 해외토픽감 발언으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는 일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29일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홍준표 대표를 향해 "우선 홍 대표는 쇼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지방선거용 쇼라고 얘기할 때 하여튼 옛 속담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그 속담이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의원은 "제1야당 대표의 눈에는 국민의 염원인 한반도 평화조차도 지방선거용 선전도구로 생각되는 구나, 이런 안타까움이 었었다"며 "제가 조금 위험하게 생각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신용보증인 노릇을 하고 있다', 그 얘기는 사실 문 대통령이 빨갱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것은 케케묵은 색깔론을 들이대는 것"이라며 "그동안에 자유한국당 세력은 국가 안보를 정권 안보로 활용해왔고 또 분단과 냉전에 의지해서 정권을 유지해왔던 그런 세력인데 이제 평화로 가는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사고"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금 홍준표 대표의 일련의 막말은 사실은 저물어가는 냉전시대의 끝자락에 지금 매달려서 수구보수세력의 생존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꾸만 발목 잡으려고 하지 말고 평화 열차에 올라타라,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홍준표 대표의 한반도 평화무드 훼방놓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29일 강원 춘천 강원도당을 방문해서도 홍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북평화위장쇼에 이용되고, 강원도민에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앞서 한국시간으로 지난 24일 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자, 홍준표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논평을 올리고 미국미 문재인 정부를 믿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오전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미북회담 취소 배경에는 트럼프가 문재인 정권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과 중국의 태도, 북한의 태도 변화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특히 문정권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은 문정권이 북의 편에 서서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워싱턴 회담 때 외교적 결례를 감수하고 트럼프가 문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무시했고, 그 직후 청와대에 통보도 없이 미북 회담을 취소한 것만 보더라도 이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주장과 달리 북한이 김계관 외무상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스러움을 표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2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공 개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소식도 있다.

홍준표 대표는 28일 오전에는 성균관대에서 열린 '정의와 형평 만들기' 주제의 강연에서 "개혁·개방하는 순간 김정은은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참혹하게 물러날 수 있다"며 "북한에 있어 생명줄인 핵 문제 협상이 김정은의 '위장평화쇼'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홍준표 대표 말대로 김정은은 카다피처럼 몰락할 것을 각오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정권의 운명을 건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뭔가. 북한은 개혁·개방으로 전진해 나가는데 홍 대표는 한국당을 수구개악의 길로 퇴보시키고 있다. 한국당을 홍 수령 유일지도체제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홍 수령주의에 반기를 들면 강길부 의원처럼 바로 탈당 압박을 받거나, 징계 위협을 당하고 있다"며 "지금 홍준표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하려고 하는 김정은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홍 대표 스스로 모든 걸 버릴 각오로 변화하는 것이다. 변화하지 못하면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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