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으로 이루어진 2차 남북정상회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거기에는 경탄과 존경이 담겨 있었다. 73년의 분단이 가져온 경색의 남북관계에 이런 파격은 없었다. 트럼프의 파격이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장사의 기술’이라면, 이번 남북이 보여준 파격은 강대국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자존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함께 나오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그 파격을 보인 것은 두 정상의 뜻이 맞아서 가능한 것이었지만 세계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에 더 많은 경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방한 중인 세계적 석학이자 미국 전 노동부장관이었던 로버트 라이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극찬의 글을 게시했다.

“여러 해 동안, 나는 많은 대통령과 수상들을 만나보았고, 그들의 정부와 함께 많은 일을 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처럼 유능하고, 지혜롭고, 겸손하고, 진보적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트럼프와 김정은, 두 편집증적인 지도자들이 핵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는 이와 같이 불안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지도자인 것이 세계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말은 이제 가볍게 말할 수 없는 의미가 됐다.

보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하루 뒤인 27일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낸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박4일의 미국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오자마자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있었고, 극적으로 재협의로 돌아섰다. 그리고 주말에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까지 처리하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해낸 노고가 얼굴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미정상회담이 본궤도로 복귀하고, 파격의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까지 접하면서 국민들과 로버트 라이시의 말처럼 세계는 한결 같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는 이제 동북아의 이슈를 뛰어넘어 세계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의 결말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남북한 공영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표와 희망을 갖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없는 협력과 지지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야당들의 태도는 모두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을 “회담이 아무런 내용이 없다. 외교참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의 김정은이 곤경에 처한 문재인 대통령을 구해준 것”이라고 폄훼했다. 그런가 하면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최고의 선대본부장은 김정은인 것 같다‘고 썼다가 스스로 삭제하기도 했다.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접한 정태옥 대변인은 “법률적으로는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루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저하고 의논하고 논평하지 않은 정태옥 대변인 단독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썼다 지우거나, 논평을 부인하는 등 야당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스스로의 논리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해석하게 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들의 몽니는 한 달 남짓 남은 지방선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여당 선대본부장“이라는 한심한 말도 나오게 된 것이다. 야당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어지간히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여당 프리미엄이 대단히 클 것이니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찬물이나 끼얹는 야당으로서는 자업자득이라는 것을 모른다. 이번 지방선거에 있어 진짜 여당 선대본부장은 ‘야당’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야당 내부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야당들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게 된 이유부터 찾지 않고 ’야당은 반대‘라는 낡은 태도로 일관해서는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야당들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무능과 오만 그리고 나태뿐이지 않았는가. 야당도 국회의원이고,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본연의 의무를 다한 후에 비판을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다.

세계가 유감을 표시하는 북미정상회담 취소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의 야당만 환영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또 얼마나 분통을 터뜨렸던가. 선거 때마다 헤프게 보이는 사죄 퍼포먼스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적어도 일본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북한은 핵을 폐기하고, 남한은 야당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에 담긴 민심을 읽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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