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라고 할 수도 없는 경기가 디펜딩 챔피언 팀에서 나왔다. 팀이 완전히 와해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팀이 어떤 상태면 이런 최악의 경기를 치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선수들이 태업을 하는 것이 아니면 그동안 기아 전력은 모두 거짓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아 최악의 졸전, 김기태 형님 리더십 전체에 균열이 갔다

13-1이라는 점수 차는 놀랍지도 않다. 중학교 선수들을 내보내도 이보다는 더 잘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24일 기아 경기는 최악이었다. 아무런 의지도 보이지 않는 이런 경기는 응원을 하러 온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구단주부터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석고대죄를 해야 할 정도로 최악의 경기를 했다. 경기를 하다보면 질 수도 있다. 누구도 패배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 비판은 할 수 있지만 비난까지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경기는 "이게 뭔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기 싫은 경기를 억지로 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면 지고도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포기한 경기는 이긴다 한들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24일 경기의 여파는 23일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4점을 앞서 나간 경기에서 9회 5실점을 하며 역전패했다. 이는 선수들 모두에게 큰 여파로 남을 수밖에 없다. 야구는 역전승과 패가 교차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패배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과정이 문제다.

기아는 올 시즌 9회 대역전패를 당하는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마무리 김세현이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지난 시즌 어찌되었든 우승 팀의 마무리 역할을 했다. 마무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망주를 주고 데려온 선수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기대도 컸다.

올 시즌 김세현의 공은 밋밋하다. 구속은 나름 나오고 있지만, 그 정도 공으로 상대 선수를 윽박 질러 승부를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빠르지만 가볍고, 패턴 노출도 쉬운 공은 상대 공격수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감마저 떨어진 김세현을 그대로 밀고 나갈 그 어떤 이유도 없다.

형님 리더십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김기태 감독이 함부로 선수를 판단하지 않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결국 팀을 위해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강하게 밀고 나갈 때는 나가야 하는데 최근 경기를 보면 그런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왼쪽)과 이대진 투수코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대진 투수 코치에 대한 팬들의 분노에 가까운 반응도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들 때문이다. 상식을 벗어난 선택이 결과마저 좋지 않으면 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는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팬들 역시 수준이 높아졌고, 많은 판단을 전문가처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 있다. 단순히 훈수나 두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을 읽는 능력을 가진 야구팬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팬들에게 기아 코치진의 행동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수비 코치의 판단 잘못이 경기 흐름을 바꾸는 상황도 최근 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수비 위치 변경이 안타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분석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한두 번 실패할 수는 있지만 반복적으로 이어지면 이는 분석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대진 투수 코치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은 불펜의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더욱 다른 팀들이 올 시즌 큰 성장을 보이는 것과 달리, 기아는 여전히 고질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한화를 보면 불펜의 힘으로 팀 전체가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시즌 만에 이렇게 다른 팀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독불장군 식의 소모적인 야구를 하던 시대가 지나고 효율적인 야구를 지향하는 감독의 선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선수들이 갑자기 모두 바뀐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경기. 8회말 주자 없는 1사 상황에서 KIA 최정민(오른쪽)이 솔로홈런을 터뜨린 뒤 득점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지난 시즌 시즌과 한국 시리즈 모두 우승한 팀이다. 그런 팀이 한 시즌 만에 이렇게 무너지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경기가 약이 될 수도 있다. 선수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무슨 경기를 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만 6개다. 보이지 않는 실책까지 생각한다면 경기 자체가 제대로 될 수 없을 정도로 자멸한 경기였다.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원칙이 있는 팀은 그만큼 단단해진다. 하지만 분위기 전환을 통해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파괴를 통한 새로운 창조가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마운드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파괴하고 오직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베테랑을 존중하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신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선택도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불펜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최정민 선수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기존 선수들에게서 찾을 수 없었던 패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기아가 이렇게 몰락할 팀은 아니다. 하지만 24일 경기는 해태와 기아로 이어진 타이거즈 팀으로서 최악의 경기 중 하나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점수 차가 문제가 아니다. 경기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kt와 가진 24일 경기를 코칭스태프나 선수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다시 깨달아야만 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