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4일 후보등록이 시작됐고, 27일부터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다.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후보단일화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이해관계가 달라 단일화가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오른쪽),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충남 천안을 방문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당 차원에서 단일화를 생각하지는 않고, 후보들끼리 개인적으로 단일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의 발언에 안철수 후보 측은 "홍 대표의 발언을 환영한다"며 "단일화를 위한 심리적 장벽이 제거된 만큼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언론은 앞다퉈 지방선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17일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이 확실하다면 동지로서 생각하고 같이 하겠다"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선거 구도를 따져보면 홍준표 대표와 김문수 후보의 발언이 실제로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기보다 한국당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의 경우 소선거구의 특성상 선거가 다가올수록 승리 가능성이 높은 정당으로 표심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즉 바른미래당보다 당세가 강한 한국당으로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실제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대결 구도가 펼쳐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른미래당 후보가 그나마 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곳은 안철수 후보가 출마한 서울뿐이다.

안철수 후보가 버티고 있는 서울마저도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보면 김 후보가 안 후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는 여론조사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홍 대표와 김 후보의 단일화 발언이 단순히 단일화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기보다 선거 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당의 단일화 발언은 화두를 던져 바른미래당을 흔들어 민주당 대 한국당이란 1대1 구도를 공고히 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는 구석이 많다. 홍 대표는 당 차원의 단일화가 아닌 후보간 개별 단일화를 언급했는데, 이 발언에서 이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국당에 필요한 단일화만 하겠단 얘기다.

서울을 제외한 지자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들은 대부분 한자리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일화 화두가 던져지면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들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한국당 쪽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장의 경우에도 최근 김문수 후보가 2위로 나타나는 조사가 다수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일화 화두를 통해 안 후보 측 표를 흡수해 1대1 구도로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실제로 시작된다 해도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말하는 단일화는 진보 대 보수 차원에서의 단일화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이 확실하다면"이란 단서를 단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확장성을 무기로 단일화를 시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대 김문수'보다 '박원순 대 안철수'가 더 승리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방식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단일화 셈법 자체가 다르단 얘기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거대양당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에서 홍준표 대표의 단일화 메시지는 선거전략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선거가 임박해서 단일화 논의가 일어나면 강자 쪽으로 지지층이 옮겨가는 현상이 있다"며 "한국당에서 단일화 논의를 제기하는 건 민주당 대 한국당 선거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선거 전략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물론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는 단일화를 하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생각하는 단일화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한국당은 진보 대 보수, 혹은 정부여당 견제 등의 차원에서 한국당 중심의 단일화를 생각할 것이고, 바른미래당은 경쟁력, 확장성을 기반으로 단일화를 생각할 것"이라며 "이런 논의는 대체로 안정적 정당 기반을 가진 후보 쪽으로 유리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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