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현대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금융회사 14곳에서 취업규칙을 통해 사원의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위원장 김현정, 이하 사무금융노조)는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철폐와 고용노동부의 시정을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한 금융권 회사들의 취업규칙을 고발했다.

전국사무금융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취업규칙에서 금지한 금융권 회사들을 고발했다.(미디어스)

사무금융노조가 4월 한 달간 전체 80개 지부를 조사한 결과 취업규칙에 정치 활동 금지 조항을 둔 회사는 현대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MG손해보험·KB손해보험·한국은행·금융감독원·더케이저축은행·흥국저축은행·손해보험협회·보험개발원·DGB생명보험·동양생명보험·현대상선·동양네트웍스 등 총 14곳이다.

이들 회사는 회사 또는 그 회사 대표의 승인 없이 소속 직원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취업규칙으로 삼았으며 14곳 중 8곳은 정당가입마저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취업규칙 외 임직원 행동강령에서도 정치운동을 제한하고 있었다.

사무금융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대부분 이러한 악질적인 조항은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만들어졌다"며 "정치적 자유는 단순한 기본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인간다움을 의미하는 것이다. 갑질의 전형으로 유지되어온 이 문구를 그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는 "뉴욕타임즈는 조현민 물벼락 사건을 보도하면서 갑질(gapjil)을 '봉건영주처럼 행동하는 기업 임원이 부하나 하청업자를 학대하는 행위'라고 표현한 바 있다"며 "직장 내 정치활동과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것 역시 갑질이자 학대다. 중세시대 봉건영주처럼 금용회사가 노동자의 정치적 자유를 빼앗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조사에서 드러난 기업들은 취업규칙에 신경 쓰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아닌 누구나 이름만대면 알만한 기업들"이라며 "해당 기업들은 사문화된 문서라고 말하지만 사문화된 조항들은 노동자를 옭아매는 제약들로 작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추 의원은 "'회사 승인없이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취업규칙이 봉건시대, 군사독재시절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나왔다"면서 "노동자들의 발언권을 제약하려는 기업들의 갑질"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은 "민주주의는 항상 직장 앞에서 무너져 왔다. 갑질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곳은 회사"라며 "직장이 함부로 노동자의 정치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왜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지금이라도 전국에 있는 잘못된 취업규칙 조항들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