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개헌 논의 과정에서 개헌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6월 합의, 10월 개헌안 통과를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이 개헌에 관심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사실 대통령 개헌안 무산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대통령이 개헌을 밀어붙인다', '국회 논의를 존중하라'는 등의 이유로 개헌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야3당 대표와 원내대표, 헌정특위 간사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하면 멈췄던 국회의 개헌 열차가 출발할 것이고, 초당적 합의를 통해 개헌을 해낼 수 있다"며 "대통령께서 개헌안을 철회하는 결단으로 개헌논의의 물꼬를 터주시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야3당은 "여야가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초당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논의해왔고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권력구조 문제에서도 합리적 대안을 도출하기 직전 단계에 있다"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초당적 개헌안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반면 24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 본회의장에 와서 부결시키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회의 자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당과 야3당은 어찌됐든 개헌에 대한 입장을 주고 받으며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되자 지난 4월 사실상 의원내각제에 가까운 개헌 방향을 제시했다. 물론 구체적인 조항 등을 공개한 적은 없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개헌에 대해 이렇다할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문재인 정부의 관제개헌쇼', '사회주의 개헌'이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만 가하고 있다. 다른 야3당과 개헌에 대해 논의한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의 개헌 언급도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자유한국당이 공식적으로 개헌을 언급한 횟수는 단 3차례다. 이 중 하나는 '민주당은 진정성 없는 개헌 쇼 그만하라'는 허성우 수석부대변인의 논평이었는데, 민주당이 대통령 개헌안 표결을 언급하자 이에 따른 대응으로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왔던 내용 역시 김성태 원내대표가 개헌안 표결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선거구제 개편을 비롯한 또 국회의원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함한 모든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그런 개헌안을 위해 반드시 진정성 있는 국민개헌 합의를 6월까지 이뤄내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국민적 개헌투표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유한국당은 개헌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아직까지도 말이 없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6월에 개헌을 합의하고 10월에 통과하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진정성이 없다"며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합의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고, 사실상 지방선거 동시개헌을 무산시키기 위한 면피용을 주장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고 봤다. 하 공동대표는 "시민사회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10월 개헌도 물 건너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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