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 진행자 김혜수 ⓒ iMBC 홈페이지
<W>의 새 진행자가 된 김혜수가 혹평을 들었다. 김혜수의 뭔가 어색한 모습 때문에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비난이다.


마치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아닌 연예프로그램을 보는 듯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댓글들을 보면 냉혹한 비난이 상당히 많다. 그에 따라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인 정반대의 옹호 주장들도 나왔다. 시간을 주면 좋아질 거라는 얘기도 있다.


김혜수는 왜 욕을 먹은 것일까? 사람들은 왜 김혜수의 진행이 이상하다고 느꼈을까? 옹호하는 사람들 말대로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까?


- 김혜수가 욕먹은 이유 -


김혜수는 탤런트 발성으로 진행을 했다. 이게 김혜수의 진행이 답답하게 느껴진 본질적인 이유다. 탤런트는 상대와 대화하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에 따라 목소리나 표정에 정서가 깊이 개입되고 1대1 대화에 최적화된 발성을 한다.


방송 기자나 아나운서는 공중을 상대로 메시지나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발성도 자연히 그에 걸 맞는 것으로 바뀐다. 마치 큰 세미나실에서 뭔가를 브리핑하는 것 같은 느낌의 발성이다. 어조나 표정에도 정서적 풍부함보다는 정보의 신뢰성, 정확성이 더 중시된다.


김혜수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는 만약 1대1 매체인 FM 라디오였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나운서나 기자들이 하던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선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김혜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우들이 일반적으로 보여주는 경향성이다. 배우들이 방송기자나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을 때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연기를 상당히 잘 하는 김지수도 과거에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을 때 뭔가 어색한 모습이었다. 배우들은 배우의 방식으로 발성을 하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W>의 진행자로 안착하려면 배우식 발성을 버려야 한다. 대화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여럿을 앞에 놓고 발표한다는 느낌으로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답답한 느낌이 사라진다. 당연히 말투도 신뢰성, 정확성이 느껴지는 또박또박한 말투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런 건 시간이 흐른다고 무조건 변화될 일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고쳐야 할 문제다. 그러므로 무조건적 옹호는 부적절하다. 남들이 욕한다고 '욱'해서 무작정 옹호할 일이 아니다. 부족한 점이 지적되면 받아들이고 고치면 그만이다.


물론 '배우가 뭘 안다고 저런 프로를 진행해?'라는 식의 색안경을 끼고 하는 비난도 문제다. 진행은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고, 말투 등이 개선되면 편견을 버리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에 또 하나의 문제는 '미스코리아 웃음'이었다. 김혜수가 계속해서 미소를 지었는데 그것이 대단히 어색했다. 김혜수는 인위적인 미소보다 자연스러움이 더 시청자를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정도는 김혜수 정도의 판단력이라면 금방 개선할 걸로 생각된다.


- 김혜수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난 -


편견에 가득 찬 무조건적 비난이 아닌, 김혜수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비난도 있었다. 바로 왜 여배우가 시사교양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느냐는 비난이었다. 이런 비난은 어쩔 수 없다. 감수해야 한다.


연예계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과거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연예계 이슈는 가십 정도였다. 정치사회 이슈가 사회를 뒤흔들었고 정치사회적 통찰력을 가진 사람들이 매체에서 활약했다.


2000년대 들어 연예계 이슈가 대표적인 사회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연예인도 사회 지도급 인사로 대접받고 있다.


동시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연성화'가 진행된다. 정치사회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성찰보다 지엽적인 사건에 대한 분석이나 대중문화적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TV 시사다큐멘터리의 경우만 봐도 과거엔 경제비리나 노동문제, 경제개방 분석 등을 다뤘다면 최근엔 연예인, 스포츠스타, 일상심리를 다룰 때가 많다.


그런 가운데 연예인들이 연예프로그램 바깥으로 나와 시사교양에까지 자리를 잡는 흐름이 생겼다. 탤런트가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을 하는 건 이제 대세다.


이건 한편으론 연예인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시사교양프로그램에 돌린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또 한편으론 시사교양프로그램까지 '연예인판'이 된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20~30대를 화려하게 보낸 연예인이 나이 먹어 이미지 전환이 필요할 때 적당한 시사교양프로그램 촬영으로 지도층 인사로 진화하는 패턴이 이어진다면,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진지하고 비판적인 성격은 퇴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다가 강호동이 진행하는 뉴스, 유재석이 진행하는 토론 프로그램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정말 진지한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하락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W>의 김혜수 영입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것이고, 이런 관점에 입각한 비판은 그녀와 제작진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업보라고 하겠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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