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장동건-고소영'커플의 공통점은, 각각 <우리들의천국>, <내일은사랑>이란 캠퍼스드라마로 데뷔를 했다는 점. 조인성, 현빈, 한예슬, 한효주의 공통점은 <논스톱>이란 청춘시트콤으로 시청자에게 첫선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커피하우스>의 함은정, <버디버디>의 유이, <성균관스캔들>의 믹키유천, <장난스런키스>에 주연으로 발탁된 김현중은, 현재 아이돌로 활동중에 있다.

이들 사례를 돌아보면, 드라마제작의 현실과 배우들의 수급경로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과거 캠퍼스드라마는 공채나 특채 출신의 신인탤런트를 주인공으로 전격 기용해, 청춘스타로 만들고 톱스타로 가는 나침반이 되었다. 이후 사장길로 접어든 캠퍼스드라마의 바통을 이어받은 <남자셋여자셋>, <논스톱> 등의 청춘시트콤은, 송승헌, 소지섭 등의 케이스처럼 잡지 등을 통해 알려진 뉴페이스들이 연기자로 데뷔하게 되는 무대로 활용된다.

그러나 주 1회 방송됐던 캠퍼스드라마도, 주5회 찾아왔던 청춘시트콤도, 안방극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캠퍼스드라마나 청춘시트콤이 현실을 반영하는 데에 있어, 다소 이질적인 면이 있기도 했지만 재미를 주는 데엔 무리가 없었고, 신인배우나 가수출신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데에 있어서도 부담이 덜한 측면이 있었다. 특히 연기 신인에게 있어, 이들 장르에 드라마나 시트콤은, 배우로서 첫걸음을 떼는 기본적인 토양 노릇을 톡톡히 한 면이 있다.

아이돌의 캐스팅, 선입견을 갖는 이유?

그렇다면 캠퍼스드라마나 청춘시트콤은 왜 사라졌을까. 소재의 고갈과 시청자의 외면을 꼽을 수 있다. 청춘시트콤 논스톱의 경우, 수많은 톱스타를 배출했지만, 정작 내용은 <남자셋여자셋>에 비해 진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 친 면이 강하다. 웃음은 있되 실속이 없는 식상함. 때문에 <논스톱>이후 줄줄이 실패를 거듭했고, 청춘시트콤은 더 이상 상업성을 추구하는 방송사의 수지타산과 맞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타까운 건, 이들 장르가 사라진 지금, 넘쳐 나는 아이돌을 공급할 수 있는 경로가 단일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예능감'이 받쳐 주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버라이어티란 장르에 아이돌은 목에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이돌에게 즉흥적인 예능감을 요구하고, 폭로, 섹시댄스 등 자극적인 액션이나, 기존에 품은 이미지를 버리고 망가지길 권유하는 버라이어티의 습성을 견디지 못하면 도태되는 현실 속에 있다.

이 와중에 드라마제작사에서 아이돌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또 다른 돌파구가 생겼다. 조연급 캐스팅에서 최근엔 주연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다반사가 되고 있다. 연기경험이 전무하다해도, 인기 아이돌이란 이유만으로 데뷔자체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주ㆍ조연에 발탁되는 '연기돌'의 사례를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선, 홍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내뿐 아니라 차후 해외 수출에도 용이한 인기 아이돌의 투입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된다. 그러나 작품이 방송을 타면, 미숙한 연기로 미스캐스팅이란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외면을 받기 좋은 포지션도 아이돌이다.

일반적으로 정통연기자출신이 아닌,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가수출신에겐 일정부분 선입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연기를 꿈꾸는 지망생은 넘쳐 나는데, 인기만 믿고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겠다는 아이돌이 늘어날수록, 시청자의 연기 검증은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고, 캐릭터에 빙의되지 않는 한 낙하산캐스팅이란 비아냥은 피할 수 없다.

아이돌출신 연기자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연기 신인이란 점을 시청자가 이해하고 격려해주길 바라지만, 가수출신이란 이유로 오히려 연기 평가가 고점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다른 신인배우들에 비해 두배, 세배이상 노력하지 않으면, 차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가수, 아이돌이란 타이틀은 연기력에 대한 형평성마저 뭉갤 수 있는 짐인 것은 분명하다.

정작 아이돌 연기에 대한 선입견은 유통과정에 있다. '인기=연기력'이 아님에도, '인기=연기력'으로 동일시하는 제작사와 힘있는 소속사간에 윈윈캐스팅. 이것은 아이돌출신 연기자가 연기력으로 커버한다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아이돌의 캐스팅 혹은 감당하기 벅찬 덩치 큰 배역에 투입될 경우, 연기력에 앞서, 크고 작은 논란과 함께 일정부분 마이너스를 체감할 수밖에 없다.

1차적인 연기력 검증에 그치지 않고, 호감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기 좋았던 청춘시트콤의 부재는, 현재 <우리결혼했어요>나 <청춘불패>등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체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연기부담이 덜하면서도, 주인공으로 도약할 수 있는 청춘시트콤 등의 장르가 사라진 것은, 예능에서 설자리를 잃거나 연기를 희망하는 아이돌에게는 아쉬운 대목일 수 있다.

현재 드라마 주인공들의 연령대가 점차 내려가고 있다. 스무살을 전후해 주연으로 캐스팅할 만한 수급처는, 현실적으로 인기가 동반된 아이돌시장에 편중되기 마련이다. 인기 아이돌에겐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만 드라마시장이 신인배우 발굴에 인색하고, 아이돌 연기자를 안방에서 만나는 일이 빈번해질수록, 캐스팅에 둔감해 질 지 모른다. 허나 연기력에 대한 선입견과 날선 비판은 오히려 피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한방에 뜰 수도 있지만, 한방에 훅갈 수도 있는 양날의 검도 감수해야 한다. 연기돌이 경쟁적으로 쏟아질 앞으로는 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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