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휴업 끝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드루킹 특검 법안과 추경예산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홍문종,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다. 국회의원이라는 특권은 이번에도 변함없었다. 더군다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적지 않은 반대표가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은 배가되었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민주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당연했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과했지만, 말 몇 마디로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것이 여론이다. 물론 방탄국회를 지속해온 자유한국당에 본질적 책임이 있지만 같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국회의 구태를 벗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표에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이다.

홍문종ㆍ염동열 체포동의안 본회의 부결(PG) Ⓒ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에서도 이탈표가 20표 이상 있던 것으로 본다"며 "의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믿고 권고적 당론으로 의총 전에 결정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원내대표로서 책임이 있다”고 말했지만 방탄국회를 막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무기명 투표 뒤에 숨은 얼굴들을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 김성태 원내대표를 단 한 대 가격한 청년이 곧바로 구속되는 일을 모든 국민이 지켜보았다. 반면 공기업 채용비리라는 엄청난 혐의를 받고 있어도 ‘홀아비 사정 아는 과부’식의 보호를 받고 말았다. 금배지 무죄, 노배지 유죄인 셈이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대의기관인 국회가 또 증명해 보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의 원칙이 지켜져 동료 의원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듣게 만든 것이 더욱 괘씸할 법도 하다.

민주당이 비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 때문만이 아니다. 체포동의안 가결을 끌어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다는 점에서 부결 이후의 반성과 사과에 진정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일부라지만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며 농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21일 열린 국회본회의에서 자신과 홍문종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기 위해 줄 선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의 수십 명들은 안 그런 척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무기명 투표가 용인해준 위선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 기명투표제도가 필요하지만 이것도 몇 번의 중언부언으로 흐지부지될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고양이가 자기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최근 민주당은 권리당원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과 결과에 당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높은 지지율로 인해 오만해졌다는 말들도 적지 않다. 그러더니 야당에 부화뇌동하여 방탄국회의 숨은 조역이 되었다. 여당으로서의 자격이 없음은 물론이고 적폐청산을 요구한 촛불정신을 짓밟은 행위였다.

이래서는 무엇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과 다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당과 야당으로 선 위치만 다를 뿐 국회 전부가 적폐라는 말을 들어도 싸지 않겠는가. 이렇게 시민들을 배신할 것이면 그 스물 몇 명의 의원들은 당적을 버리고 모두 자유한국당으로 옮기는 것이 차라리 솔직한 모습일 것이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국회해산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 들으라는 소리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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