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혼자서 힘든 싸움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메이저대회 결승에만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다 놓치면서 그는 무릎을 꿇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또다시 최고가 되기 위해 다시 일어섰습니다. 힘차게 질주하는 그의 플레이가 언젠가 최고로 떠오르기를 바라면서 앞으로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노안(老顔)을 갖고 있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정작 플레이는 날이 갈수록 더 역동적이고 감각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네덜란드 스타, 아르연 로벤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우승에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로벤은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이 결승에 올라 개인으로는 첫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노렸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인터밀란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어 월드컵에서는 부상을 딛고 정상급 실력을 보여주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결승에서도 나름대로 제 몫을 다 해줬지만 골 운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스페인에 무릎을 꿇으면서 두 번 연속 준우승의 아쉬움을 맛봐야만 했습니다. 좋은 경기력을 펼치고도 정작 결승에서 운이 따라주지 않아 정상 자리에 오르지 못한 로벤에 앞으로도 불운이 계속 따라다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 결승전 패배 후 아쉬워하는 로벤 ⓒ연합뉴스
로벤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장해 특유의 드리블과 날카로운 돌파, 과감한 왼발 슈팅으로 네덜란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우승을 향한 힘찬 플레이를 보여줬습니다. 예리한 킥과 쇄도 플레이는 상대 수비진을 잇따라 뒤흔들었고,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강도를 높여갔습니다. 공격적인 전통 스타일을 버리고 다소 수비적인 '실리 축구'를 구사하는 네덜란드에 로벤은 활력소와 같은 존재였고, 그렇게 힘을 실어주는 것에 로벤도 덩달아 신나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매 경기마다 크게 주목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그는 결정적인 골 찬스를 살리지 못해 고개를 떨궈야만 했습니다. 결정적인 슈팅은 모두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고, 어렵게 살린 기회 역시 수비진 벽에 막혀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스페인에 패하면서 로벤은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또 한 번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로벤은 네덜란드 발케넨더 총리와 베아트릭스 여왕이 마련한 환영 행사장에서 "득점 기회를 놓친 것이 가슴 아프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메이저대회 첫 우승의 기회를 자신의 발에서 살리지 못했으니 아쉬움은 두고두고 남을 것이고, 이 여파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남을 것입니다.

그러나 로벤은 충분히 자신이 대표팀에서 맡은 바를 충실히 다 했고, 그 덕에 1978년 이후 32년 만에 결승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속팀에서도 역시 분데스리가가 실력 면에서 추락하고 있다는 것을 완전히 뒤집는 맹활약을 펼치며 9년 만에 결승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잦은 부상으로 '유리몸'이라는 비난도 받았고, 또 그 때문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있으면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내고 결승에 두 번이나 진출하는데 공헌했다는 것은 충분히 로벤이 가치 있는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해냈다는 점에서 대단하게만 여겨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왼발을 주로 사용해도 그것을 큰 장기로 내세워 더욱 가다듬고 또 가다듬어 최고 수준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게 된 로벤에 대해 많은 축구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충분히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0살 고환암 판정을 받아 힘겹게 이를 극복했고, 잇따른 부상으로 힘든 시기도 많이 있었던 로벤. 하지만 온갖 어려움을 딛고 폭발적인 드리블 스피드와 현란한 테크닉을 겸비한 로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윙 플레이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이번 월드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독일 최고 축구전문지 키커 역시 로벤의 위대한 플레이에 높이 평가하면서 지난 14일, 그를 2009-10 시즌 분데스리가 최고 선수로 선정하기도 했는데요. 이미 선수로서는 어느 정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 유럽, 그리고 세계 최강을 가리는 무대에서 정상 자리에 올라 '인간 승리'의 정점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그가 앞으로 보여줄 활약을 기대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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