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중앙일보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자 중앙일보 28면 <안철수·김문수 열흘간 할 일> 칼럼에서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시장 후보만이라도 단일화하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민주주의에는 두 개의 브레이크가 있다. 헌법과 선거"라며 "권력이 탈선하거나 폭주할 때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권력의 탈선은 헌법이 막아냈다. 이명박 정권의 선거가 제동을 걸었다"고 덧붙였다.

▲21일자 중앙일보 칼럼.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정책 기조가 탈선인지 아닌지, 혹시 폭주는 아닌지 헌법과 국체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것인지 등에 대해 유권자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국민이 승인하면 그대로 쭉 가는 것이고, 국민이 브레이크를 걸면 속도를 조절하거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문 대통령 지지율 70~80%는 국가 지도자로서 그의 보기 드문 겸손하고 서민적인 인성에 대한 평가였다"면서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1년의 정책 능력, 노선의 올바름에 대해 기계식 자동응답시스템 같은 인기투표 방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노선 평가는 오직 유권자가 투표소에 들어가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숙고해 선택하는 선거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를 위해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선거가 정권 심판에 충실하려면 구도가 1:1로 간명해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성숙한 정치 방식이 아닐 수 있지만 집권세력의 교만과 독주를 견제하는 데 이만한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현실적으로 국민 관심이 가장 높은 서울시장 후보만이라도 단일화하기를 제안한다"며 "안철수와 김문수 두 유력한 후보가 교황 선출 때처럼 문 걸어잠그고 한 방에 들어가 합의볼 때까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유권자가 얼마만큼 지지하고, 얼마만큼 반대하는지 알고 싶다"고 밝혔다.

결국 중앙일보는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집권 1년을 평가해보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문재인 정부가 70~80%대의 지지율을 유지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는 모양이다. 여야 1대1 구도의 선거에서 이를 가려보자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그만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냐는 거다. 원래대로라면 서울시장은 국민 1/5이 거주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차기 대선주자로 올라설 수 있는 밑거름으로 평가받는다. 중앙일보의 주장대로 그만큼 관심이 높은 선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김이 빠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김문수, 안철수 두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발표된 알앤써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은 60.1%의 지지를 얻어 18.5%의 김문수 후보, 12.3%의 안철수 후보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자대결 여론조사도 마찬가지였다. 김문수 후보로의 단일화를 가정한 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60.9%의 지지율로 22%의 김 후보를 크게 앞섰고, 안철수 후보로의 단일화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도 박 시장이 60.2%의 지지를 얻어 22.6%의 안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김, 안 후보의 지지율 단순합이 30.8%인데,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을 때 지지율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와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엿볼 수 있다. 중앙일보가 맥을 잘못 짚었단 얘기다.

오히려 중앙일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경남지사 선거에 주목하는 게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이 통과된 상황에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후보와 친박 김태호 후보의 대결이 명확한 여야의 구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데일리안·아시아투데이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거주 성인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무선(81%)과 유선(19%)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1.7%, 가중값 산출기준으로 2018년 4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에 따른 성과 연령, 지역별 가중 값 부여(셀가중)를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4%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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