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오는 6월 13일 열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2위 각축을 벌이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7, 18일 김 후보가 잇따라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김 후보의 단일화 발언이 2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페이크'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17일 국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이 확실하다면 동지로서 생각하고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18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서도 "절대적으로 자유가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진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자유를 보장할 수 있다"면서 "(안철수 후보가)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야 된다고 하시면 못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의 발언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애매한 입장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김 후보가 오늘 어떤 얘기를 했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일단 홍준표 대표와 달리 김 후보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시 당선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면서도 "박 시장과 일대일로 대결해 누가 이길 수 있는 후보인지 시민들이 판단해 표를 모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 대 김문수로 선거를 치렀을 때 김 후보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백이면 백 아니라고 한다"면서 "저는 박 시장과 일대일로 선거를 하면,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원칙적으로는 단일화를 하지 않겠지만, 단일화를 한다면 자신으로 단일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두 후보의 발언을 두고 복수의 언론은 단일화 논의가 시작됐다며 군불을 떼고 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 아니냔 목소리가 제기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김 후보가 2위로 나타난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 보수층을 끌어 모으기 위한 포석을 던졌단 분석이다.

지난 16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는 16%를 기록해 13.3%를 기록한 안철수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다수였지만,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안 후보 지지율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김 후보가 단일화 화두를 던져 안 후보 지지층 흔들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할 요인이 적다는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독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상황에서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도 아니다. 이데일리 의뢰 여론조사에서 10% 대에 그친 두 후보와 달리, 박 시장의 지지율은 60.8%로 나타났다. 단순히 지지율 합을 비교해도 지지율 차이가 약 30%p에 이른다. 변수가 많은 선거에 여론조사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확연한 차이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한 단일화를 한다면 중도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안 후보 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지는 게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굳이 김 후보가 먼저 단일화 화두를 던질 이유도 없다. 단일화 논의에 돌입한다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나타날 수 있어,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안철수 후보의 경우 '단일화 트라우마'가 있어 자신으로의 단일화가 아니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안 후보는 과거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을 양보하고, 18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를 시도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단일화 이슈에 시달린 안 후보다. 안 후보 자신으로 단일화되는 방향이 아니라면 단일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는 이유다.

선거비용 문제를 살펴봐도 김문수,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15% 이상의 지지를 받을 경우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할 수 있는 상황에서 15%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두 후보가 굳이 단일화를 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정당정치의 측면에서 봤을 때도 두 후보의 단일화 요인은 적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보수 재편의 주도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징성이 높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지방선거 이후 보수재편 주도권의 향배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을 회복한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바른미래당에 여지를 줄 이유가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문수, 안철수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할 절박한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김 후보의 단일화 발언은 보수층 결집을 위한 페이크 제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로선 진정성 있게 단일화를 하자는 것보다는 선거운동 차원에서 2위 확보를 위한 선전전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13~14일 이틀간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4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방식(무선 60%-유선 40%)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3.4%,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4%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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