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정구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 지부 지부장이 사임의 뜻을 밝혔다. 한겨레 지부는 17일 “조합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해 지부장의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지부는 “회사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불행한 사태에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라며 “행동도 실천도, 무엇보다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신문 CI.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앞서 16일 한겨레 소속의 허 모 기자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한겨레는 "독자와 주주, 시민 여러분께 충격과 실망,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률을 지켜야 할 한겨레신문 구성원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사실에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거듭 반성하며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한겨레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

한겨레 지부는 허 모 기자의 필로폰 투약 혐의에 대한 회사의 대응을 지적했다. 한겨레 지부는 “매번 재연되는 회사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며 “계속되는 내부 참상에 대한 경영진의 대응방식은 천편일률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결같이 반성하고 다짐한다, 이메일로 구구절절 수사(修辭)만 늘어놓았을 뿐”이라며 “말뿐이다. 행동도 실천도, 무엇보다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가 이번 사태에 대해 구성원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지적도 했다. 한겨레 지부에 따르면 16일 저녁 한겨레 미래전략부는 구성원들에게 <이번 일을 어떤 식으로든 화제에 올리지 않는 것이 이번 사안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회사는 판단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겨레 지부는 “한마디로 조용히 넘기자는 말인데,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지부는 “이제는 책임을 논할 차례”라며 “사장부터 어떻게 불행의 고리를 끊어낼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겨레 구성원 모두가 비장한 각오로 임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지부는 “노동조합은 그동안 끊임없이 현 경영진의 자성과 대승적 경영을 촉구해왔다”며 “능력이 부족하여 오늘 내부의 참상을 목도하게 된 것에 부끄럽고 조합원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를 앞둔 조합원을 변호해야 할 조합원 대표로서 입이 백 개라도 조합원을 변호할 수 없는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지부는 “조합원을 보호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해 지부장의 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조합원 여러분들의 총의를 받들지 못하고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불명예스러운 결정을 내리게 된 점 머리 숙여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이어 “저부터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허물을 묻겠느냐마는 부디 현재 한겨레의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위해 경영진의 비상한 행동을 촉구하는 바이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지부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정구 위원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향후 집행부 구성에 대해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사무국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 같다”며 “다음 노동조합 집행부가 들어설 때까지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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