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서한을 공개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서한 발송은 막 시작된 한반도 평화무드를 저해하는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17일 홍준표 대표는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서한을 공개했다. 홍 대표는 서한에서 "자유한국당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있어 PVID 원칙을 견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면서 "그리고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완료시기와 검증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합의문을 채택함으로써 북한이 실제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사찰과 폐기 방법 등과 관련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유한국당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 문제에 있어 비핵화 완료 후 보상이라는 기존의 원칙을 고수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비핵화 완료시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한다는 기존 방침도 견지하길 바란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서한에서 홍 대표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 체제보장 조치는 북한의 비핵화 완결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고,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나 북한 비핵화 이후에도 한미동맹은 지속적으로 강화 발전돼야 하며, 미국이 밝힌 바 있듯이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감축이나 철수문제가 협상의제로 거론돼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홍준표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으며, 북한의 생화학 무기 폐기와 사이버 테러 중단, 위조 달러 제작 중단 등 국제적 범죄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경제적 개혁 개방을 요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서한에서 홍준표 대표는 "우리 자유한국당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 미국과 국제사회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면서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 북핵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폐기를 이끌어 내고, 한반도의 평화의 불씨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미국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의 이러한 요구가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산되고 미국과 북한이 다소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서한을 보내는 것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현 대변인 논평에서 "신중하지 못한 제1야당 대표의 공개서한"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북미회담을 앞두고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국익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돌출적 행동"이라면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연기되는 등 평화를 위한 발걸음이 현재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판문점선언을 뒷받침하지는 못할망정, 북미회담에 부담을 주려는 일방적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도 최경환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미간 주고받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이 무릎 꿇고 백기 들고 나오기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의 이런 주장이 북미 양측의 강경론자들에게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며 "홍 대표의 공개서신에 북한이 더욱 반발하고 미국이 더욱 강경한 입장으로 나간다면 모처럼 조성된 대화와 협상 국면은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과연 홍 대표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이같은 서한을 보내려 하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와 미래를 진실로 걱정한다면 전쟁광들이나 주장할법한 내용이 담긴 스팸메일성 서한을 보낼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을 앞둔 정부의 준비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함께 살펴보며 보완을 해주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동은 이제 그만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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