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내부 비판을 제기한 검사들을 향해 "권 의원이 여당이었어도 그랬을까"라는 비난을 가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판단이다.

15일 검찰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은 보도자료를 내고 "외압 의혹 수사 결과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수사단이 객관적 검증을 위해 총장에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지만 문무일 총장은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단장이 '소집 요청을 철회하고 수사단의 책임하에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총장은 승낙하지 않고 수사단 출범 당시 공언과 달리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수사단은 "권성동 의원에 대해 지난 1일 총장에게 '내일 구속영장 청구 예정'이라고 알렸지만 총장이 수사지휘권 행사를 통해 대검에 '전문자문단'을 꾸려 심의를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검찰총장도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제기했다. 안 검사는 지난해 12월 8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대검에 보고하자, 문 총장이 이영주 춘천지검장을 만나 "국회의원의 경우 일반 사건과 달리 조사가 없이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면 소환조사를 못 한다"고 말했고 수사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16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 같은 검사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조선일보는 수사 대상이 권성동 의원이 아닌 여당 의원이었어도 문제를 제기했겠냐는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16일자 조선일보는 <총장 공격하는 검사들, 권 의원이 여당이었어도 그랬을까> 사설에서 "과거에도 검찰 지휘부와 검사들 의견이 엇갈려 그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총장의 지휘권 행사를 문제 삼아 검사들이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으로 총장을 공개 비난하는 건 처음보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더구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영장은 결국 청구하기로 했다는 것이고 검찰 간부들 기소 문제는 심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면서 "자기들 뜻이 상당 부분 관철됐는데도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문 총장은 현 정권이 임명한 사람인데 무엇 하려고 야당 의원 편을 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수사받던 검사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적폐 청산'을 주도하는 쪽과 그러지 않는 쪽의 갈등이 작지 않다고 한다"면서 "검사들이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면서 총장을 공격하는 것도 뿌리가 거기에 있다면 정치판이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권성동 의원이 한국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해도 이 검사들이 총장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며 반발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드루킹 등 여당에 대한 수사는 쇼처럼 하고 야당에 대한 수사는 검찰총장을 대놓고 공격할 정도로 열성으로 한다"고 비아냥댔다.

조선일보는 검사들이 정치적 판단으로 문무일 총장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식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이었다면 검사들이 반발하지 않았을 거라는 식의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안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바라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모든 검사가 조선일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치 검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경찰이 수사 중인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이번 검찰 내부 문제제기에 갖다붙이는 것도 의아하다. 여당 관련 드루킹 사건은 쇼처럼 하고 야당 수사는 열성으로 한다는 게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문재인 정부의 지휘를 받고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상상하는 조선일보의 비틀어진 인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사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문 총장이 당초 약속과 다르게 지휘권을 행사했던 것에 대한 반발이다. 이 문제는 총장과 검사들 간의 신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선 검사들의 의견이 상당 부분 관철됐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문무일 총장은 안미현 검사가 제기한 문제의식에 대해 "질책한 적은 있지만 수사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면서 "이견이 발생하고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문 총장과 검사들 간의 충돌도 문 총장의 표현대로 민주주의의 한 과정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조선일보는 이제 그만 '색안경'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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