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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언론이 사는 법] ③ 뉴스민[인터뷰] 천용길 편집장 "TK가 보수일색? 언론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05.15 09:25

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보수·박정희·자유한국당, 이 세 단어는 TK 지역을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징이었다. 그동안의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하기도 했다. 대선 때 보수 후보가 몰표를 얻었고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도 보수 정당이 아니면 표를 얻기 힘들었다. 그렇게 TK 지역은 “보수의 땅”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언론이 있다. TK 지역이 왜 보수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는지, 왜 이런 선입견을 얻었는지에 대해 지역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선입견이 아닌 지역 그 자체를 바라보고,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TK의 거의 유일한 진보민중언론, 뉴스민이 그 주인공이다.

뉴스민 메인 화면(뉴스민 메인 화면 캡쳐)

뉴스민은 TK에서 가장 젊은 대안 언론 중 하나다. 경북대학교 교지 동문이 “지역이 바뀌어야 한국이 변한다”고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시장조사를 위해 서울, 울산 등지의 언론사에 들어가 ‘사전 조사’를 했고 2012년 5월 뉴스민을 창간했다.

TK 지역에서 진보언론이 갖는 입지는 약했다. 적자를 기록하는 달도 많았다. 그런데도 광고성 기사나 어뷰징은 하지 않았다. “기사와 언론사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업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뉴스민의 원칙은 독자의 인정으로 돌아왔다. 개인 후원회원은 4백 명을 넘어섰다. 뉴스민을 찾아보는 독자도 늘었다. TK 지역에서 진보적 메시지를 던지고, 지역 그 자체를 취재하는 거의 유일한 언론사로 자신만의 입지를 공고히 다진 것이다. 이제 뉴스민은 생존을 넘어 매체의 발전을 모색한다. 뉴스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TK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디어스는 13일 뉴스민 천용길 편집장을 만나 뉴스민의 생존 투쟁 과정과 저널리즘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뉴스민에는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 

Q. 뉴스민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대구·경북 지역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다. 우린 “TK는 보수적이야”, “TK가 다 그렇지 뭐”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TK를 소비하는 전형적인 문법이다. 이를 타파하고 다른 시각으로 TK를 바라보려 한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말이다.

뉴스민 천용길 편집장(미디어스)

Q. 주 독자층은 어디인가

A. 서울지역에서 뉴스민을 보는 독자가 가장 많다. TK 밖에 있는 사람들이 TK의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TK에선 30대, 40대가 주로 뉴스민을 본다. 2030 세대가 많이 봐줬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는 않는다. 30대가 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놀라운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 갔는데. 30명 중 자유한국당 진성당원이 15명이었다. 그런데 김어준의 팟캐스트를 보고 진보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다. 왜 당원에 가입했냐고 물어보니 TK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결국, 지역과 생계가 연결되면서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Q. 뉴스민의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나

A. 후원회원이 400명을 넘어섰다. 그 후원금이 주 운영자금이다. 물론 후원금만으론 운영이 어렵다. 2016년까진 광고를 받지 않다가 작년부터 홈페이지 광고를 받기 시작했다. 대신 후원8에 광고2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광고도 기사나 매체 품질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받지 않는다.

Q. 기자는 몇 명이나 있나

A. 기자는 4명이다. 경북대학교 교지를 함께 만들었던 동문들이다. 함께 의기투합해서 뉴스민을 만든 것이다. 4명으로 TK 지역을 모두 다루려니 한계가 있다. 써야 하는 기사는 많은데 숫자가 부족하다. 기자를 늘리기에는 회사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

Q. 보통 언론사들은 회사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자 수를 줄이거나 광고를 늘리는 선택을 한다

A. 기자는 줄일 수 없다. 그건 원칙이다. 기자를 줄이면 지금 하는 것보다 더 후퇴하는 것이다. 기존에 해왔던 것을 못 하게 되고,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언론사는 기사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런데 기자가 줄어들게 되면 후원회원이나 광고가 빠져나갈 것이다. 단 한 번도 기자를 줄이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또 기자들이 학교 선후배다. 뜻이 있어서 뉴스민에서 함께 하는 것이다. 일종의 동지적인 관계다. 문을 닫으면 다 같이 그만두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5년은 버티자고 다짐했다. 그 안에 승부를 봐야 했다. 그런데 하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터지는 사안마다 TK에서 벌어지더라. 송전탑, 원전, 사드, 국정교과서 시범채택 등이 그것이다. 사안을 취재하다 보니 기사가 다양해졌다. 일종의 박근혜 특수다. 

Q. 힘든 상황이 있었지만, 기자의 이탈은 없었다

A. 돈 이상의 가치를 주는 언론사라고 생각한다.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하기에 재생산의 시간을 제공한다. 3년 근속하면 1개월 유급휴가를 준다. 여름 겨울 휴가도 1주일씩 보장한다. 

Q. TK에서 뉴스민이 가지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A. 맞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이 SOS 칠 수 있는 언론사가 생긴 것이다. 또 지방 권력에 의해 보도가 차단될 경우 이를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 경북 지역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의미도 있다. 대구 사람은 자신을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경북을 볼 때 ‘시골’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서울이 대구를 바라보는 관점과 똑같다. 하지만 경북에는 23개 시군이 있고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매체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경북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목소리가 되자는 것이 뉴스민의 의미다.

또 경북 지역은 금광과 같다. 언론이 많이 없기에 뭐든 취재하면 다 기사가 된다. 문제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변화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론이 바꿀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이를 통해 경북을 살아가는 다음 세대에게 희망 주는 것이 필요하다. 

뉴스민의 6.13 지방선거 특집기사, 뻘건맛 (뉴스민 홈페이지 캡쳐)

Q.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에선 지방선거의 의미가 클 것 같다

A. 맞다. 아마 선거 끝나면 또 TK를 욕할 거다. 보통 비판의 대상은 주민이다. “너넨 안된다”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주민이 아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왜 TK에서 보수가 집권하고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Q. 왜 TK에선 보수 정당 일색일까

A. 우선 진보정당에서 시도를 안 한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이 단 한 번도 출마하지 않은 지역구가 많다. 애초에 TK에 대한 노력도 안 한 것이다. 그런 비판 없이 주민을 무작정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언론의 문제도 있다. TK 주민들은 기성 권력이 만들어낸 프레임의 희생자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선 다양한 미디어들이 주민에게 정보를 줘야 한다. 매체 접근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한 예로, TK에 한겨레 주재 기자는 2명뿐이다. 그 넓은 땅에 2명의 기자로는 의미 있는 기사를 발굴할 수 없다.

Q. 중앙 언론 말고 지역 언론의 책임도 있다

A. 맞다. 실제로 보면 지역 언론이 지자체의 홍보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TK 지역의 궁극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언론사를 비판하고 공격한다고 상황이 변하지는 않는다. 지역 친화적이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언론사가 생긴다면 기성 지역 언론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Q. 지역의 목소리를 보여줄 수 있는 언론사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A. 언론사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반대다. 그렇게 되면 지원금을 얻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그것 말고 지역 언론에 헌신하는 기자를 양성하는 센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기자들이 기초자치단체 중심의 언론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공고하게 생기면 좋겠다.

Q. 뉴스민은 지역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사드의 경우 백여 개의 기사가 나가기도 했다

A. 사드를 취재하면서 성주라는 지역에 대한 기반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사드가 아닌 성주에 대한 취재가 필요했다. 뉴스민은 성주에 1년 이상 상주하며 기사를 썼다. 그런데 대형 언론사들은 두 달 정도 지나니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드라는 사안만 취재하고 단편적인 모습만 기사로 내는 것이다. 이는 지역에 대한 편견을 만든다.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 대표가 성주에서 50% 넘게 득표한 것을 두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많은 비판을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이는 잘못된 비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80% 이상의 득표를 했다. 4년 만에 30%가 생각이 변한 것이다. 이는 엄청난 변화다. 이런 것을 이해하지 않고 비난부터 한다. 

성주에 사드 찬성 단체는 없다. 군수가 사드 배치를 찬성했기 때문에 그 지역에선 사드 배치를 당연하게 여겨진다. 누가 군수에게 반기를 들 수 있겠나. 수동적인 체념이다. 사드에 반대하는 분들은 엄청난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성주 그 자체를 취재했고 기사를 냈다. 이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후원회원도 성주 기사를 다루면서 많이 늘었다.

Q. 뉴스민은 영상이나 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기사 형식을 많이 도입한다

A.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역 사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당장 반향도 중요하지만,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사를 원한다. 이는 일반적인 기사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 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두 번째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 한다. 후발주자인 뉴스민이 기성 지역 언론과 승부를 보려면 기존의 방식으론 되지 않는다. 색다른 방식으로 독자를 매료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자들이 글만 쓰면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미디어의 종류는 다양해지고 문법이 달라진다. 기존 기사 형식만으론 살아남기 힘들다. 따라서 기자들이 스스로 다양한 변화에 노출되어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방식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뉴스민 천용길 편집장(미디어스)

Q. 뉴스민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뭔가

A. 지역에서 권력을 가지지 않은 주민들의 목소리에서 기사를 출발하고 싶다. 사안이 아니라 주민의 관점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싶다. 그럼 자연적으로 주민들이 변할 것이다. TK의 변화는 정치세력이 아닌 주민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주민의 변화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언론의 역할이다. 뉴스민이 그 역할을 하고 싶다.

Q. 저널리즘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언론이 늘어나고 있다. 원인은 수익과 생존에 있는 것 같다

A. 어느 언론사도 수익 모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답은 같다. 기사가 좋고 콘텐츠가 좋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기사가 좋다는 기준은 세대, 매체별로 다를 수 있다. 공통적인 하나의 기준은 독자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재가 없는 언론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저널리즘의 위기에서 뉴스민은 망하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보통 언론사의 경영이 힘들어지면 지역 주재 기자부터 줄이는데, 그렇게 되면 지역의 관심이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중앙 언론에서 소외된 지역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중앙 언론이 이 점을 유의해 지역에 대한 관심을 키웠으면 한다. 모두가 외면하는 곳에 해답이 있다.

Q. 지방선거 이후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우선 지역의 언론 지망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난 언론사 입사 준비를 안 해봐서 몰랐는데 지역의 여건이 열악하더라. 지역 사람들은 배울 곳이 없으니 서울에 있는 언론사 입사 준비 학원에 간다. 수강료에 생활비까지 수백만 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는 지역 언론이 반성해야 한다. 언론 지망생에게 기회를 주고 경험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지방선거를 분석하는 기사를 쓸 것이다. 아마 예상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고, 다른 지역에선 근거 없는 비판을 할 것이다. 데이터와 주민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분석을 하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고 싶다. 그게 뉴스민의 역할이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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