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6월 12일로 확정되고, 북한은 오는 23일과 25일 사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다고 밝혔다. 이 현장에 남한을 비롯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와 영국의 기자단을 초청할 것도 약속했다. 그런 가운데 인접국인 일본을 제외시킨 점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비핵화 전개만으로도 반가운 일인데 ‘일본 패싱’까지 지켜보는 보너스를 받은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갱도를 막는 단순한 폐쇄가 아니라 갱도 곳곳을 폭파하여 추후 핵실험장을 다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폐기라는 사실이다. 북한의 이런 조치는 적어도 미래핵은 포기한다는 적극적 의지의 표명이다.

(자료 출처=연합뉴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환영의 메시지로 반겼다. 트럼프는 “매우 영리하고 정중한 모습”이라고 북한의 조치를 긍정 평가했다. 한국 청와대 역시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풍계리 갱도를 폭파하는 다이너마이트 소리가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여정의 첫 축포가 되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반응 역시 적극적이었다. 폼페이오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북한이 듣고 싶은 말을 했다. 북한과 미국의 행동에서 6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를 예측해볼 수 있다.

북한은 앞서 북한 억류 재미 한국인 3명을 풀어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조치 역시 미국이 요구하기 이전에 자발적으로 비핵화 스케줄을 이행하고 있다. 기왕 할 것이면 능동적으로 임하겠다는 특유의 자존심이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일본 대화 가능할까 (PG)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론 북한의 조치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 역시 일리가 없는 것 아니고, 비핵화가 인정될 때까지는 일정 정도 필요한 논란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볼턴 등 대북강경파들이 즐비한 워싱턴을 향해 눈속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유력하다.

이처럼 북한이 비핵화 이행에 속도를 내면서도 일본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한국보다 더 북한의 핵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것이 일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북한의 태도는 ‘일본 패싱’을 두드러지게 하면서 궁지에 몰린 아베 정권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일본을 영구히 비핵화 스케줄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향후 일본과 진행할 전후 배상 등의 협상에서 유리한 자리에 서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한반도 문제에 번번이 어깃장을 놓아온 일본에게 무력감을 안겨주는 북한의 단호한 ‘일본 패싱’은 일본 측에 초조함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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