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 의원들의 사직서 처리를 반대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국회 본회의장 앞을 점거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의원 사직서 처리와 특검 요구를 연계하는 것은 시민의 참정권을 고려하지 않은 위헌적 발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자유한국당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현역의원 사직서 처리를 위해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를 반대하고 있다. 드루킹 특검과 의원 사직서 처리를 연계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특검 빠진 본회의 강행 의회독재 협치 파괴", "댓글공작 특검거부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즉각 특검 수용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국회 본회의장 앞을 가로막았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드루킹 특검법'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그런 법안들만 골라 본회의를 여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검법안이 올라가지 않는 본회의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본회의 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현역의원 사직서 처리와 특검을 연계하는 것은 시민의 권리는 염두에 두지 않은 위헌적 행태란 비판이 제기된다. 드루킹 특검의 경우 특검 수용 여부, 수사범위 등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벌일 여지가 있지만, 의원 사직서 처리는 당리당략을 떠나 시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당연히 처리돼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3명, 자유한국당 1명 등 총 4명이다. 김경수 의원(경남 김해 을)이 경남지사 선거,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 갑)이 인천시장 선거, 양승조 의원(충남 천안 병)이 충남지사 선거,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이 경북지사에 각각 출마한다.

지방선거 출마 의원들의 경우 소속기관의 장 또는 소속위원회에 사직원이 접수된 시점을 기준으로 사직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기 때문에 출마에 지장이 없다. 이들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문제는 지방선거 30일 전까지 국회에서 의원들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무산된다는 점이다.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위해서는 30일 전에 선관위가 사직서 처리를 통보 받아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못할 경우 내년 4월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즉 지금 시점부터 내년 4월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경남 김해 을, 인천 남동 갑, 충남 천안 병, 경북 김천 지역구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국회에서 발언권을 상실당하고, 올해 6월 새 국회의원을 선택할 기회를 잃게 돼 참정권을 침해당한다는 얘기다.

정세균 의장은 시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당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 의장은 지난 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4개 지역의 의원 사직서의 경우에는 5월 14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공백 사태가 내년 4월까지 지속돼 지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매우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의장으로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민 중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의원 사직서 처리와 관련해 시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요구해 열리는 본회의가 아니다"라면서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이 박탈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이 직접 회의를 소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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