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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38년 전 세 명의 여고생은 왜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었나?38번째 5·18민주화운동, 여전히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가해자들
장영 기자 | 승인 2018.05.13 13:08

38년이 지났다. 해마다 5월은 돌아오지만 38년 전 5월은 우리의 삶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버렸다.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충격과 공포를 안긴 1980년 5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진상 조사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 38번째 5월과 마주하고 있다. 

잔혹한 충성 비둘기와 물빼기 작전;
세 여고생의 정신분열과 계엄군, 가해자는 기억이 없고 피해자는 회피한다

전두환이 형을 1년도 살지 않고 사면복권된 것은 추악한 거래의 산물이다. 전두환이 그렇게 풀려나니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승만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친일파들을 중용했다. 그런 선택으로 여전히 친일파 청산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청산 되지 못한 과거는 미래마저 억압한다. 

독재자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하니, 역사는 독재 시절로 회귀하려는 무리들로 엉망이 되기도 했었다. 촛불 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한반도 영구 평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수구세력들은 냉전 체제의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평화를 부정할 뿐이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잔혹한 충성 제1부 - 비둘기와 물빼기’ 편

권력의 정당성을 위해 자국민을 학살했던 전두환은 자서전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민들을 능욕했다. 그런 자가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이다. 단죄가 없으니 학살자들이 여전히 자신들은 할 일을 했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일이 나오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38주기 5.18 앞두고 색다른 접근법으로 관심을 이끌었다. 그동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방식은 대동소이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1980년 5월 서로 알지 못하는 세 여고생들이 5월 19일~20일 동안 일어난 일을 통해 5월 광주를 보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같은 여고를 다녔던 3학년 오정순(가명)과 2학년 권선주(가명)는 서로를 모른다. 비슷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다. 그리고 2학년 최혜선(가명) 역시 이들과 친분이 있지 않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잔혹한 충성 제1부 - 비둘기와 물빼기’ 편

1980년 5월 19일 집에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찾아 나선 오정순은 그날 이후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고3이라 공부에만 열중하던 오정순은 오빠를 찾아 나선 그날 이후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치료를 할 수 없었던 그녀는 분신자살하고 말았다. 평범한 여고생이 갑작스럽게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목숨까지 끊은 사건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다른 여고생들 역시 오정순과 같이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 공부 잘해서 광주까지 유학을 보낸 그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다. 이상할 수밖에 없다. 당시 학생 120명 정도가 정신분열 증세를 보였다는 기록까지 남겨져 있다. 

이 여고생들이 당한 일들은 끔찍하다. 1999년, 힘겹게 최혜선과 면담한 내용이 보관되어 있었고, 그 내용은 충격이었다. 군인들이 여고생과 다른 여성들을 트럭에 태워 산속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했다는 증언이었다. 거부하면 폭행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현장에서 그 여고생은 얼룩무늬 계엄군 다섯 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잔혹한 충성 제1부 - 비둘기와 물빼기’ 편

당시 사고를 당한 지점과 공수부대 분포를 보면 7 공수와 이후 합류한 11공수 여단이 저지른 만행으로 추측되고 있기는 하지만,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고생들만이 아니라, 당시 22세였던 임순자(가명)씨는 새벽 기도를 나갔다가 군인들에게 납치되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5월 21일 끔찍한 살육이 이어지던 날 그들이 광주에 거주하는 수많은 여성들을 성폭행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점령군이 되어 학살과 함께 여성들을 성노리개로 삼았다는 사실은 전두환과 신군부가 광주를 어떻게 대했는지 명확해진다. 

살아남은 이들은 그날의 기억에서 회피하고 싶어 한다.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고, 자신이 당시에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드러난 진실마저 회피하는 것은 잔인한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누구도 그들의 상처를 보살펴주지 못하는 시대, 그렇게 그들은 지금까지 고통 속에서 겨우 살아내고 있는 중일뿐이었다.

'비둘기와 물빼기'라는 부제를 달았던 것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들이 어떻게 사후 관리해왔는지 보여주기 위함이다. 문 정부 들어 군부대에 있던 자료들이 공개되기 시작하며 보안사 문건에서 비둘기 시행 계획과 물빼기 작전이 무엇인지 드러났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잔혹한 충성 제1부 - 비둘기와 물빼기’ 편

물빼기 작전이란 유가족을 1:1로 감시하는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감시하고 회유하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는 증거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끔찍한 학살을 한 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고 미화하기 위해 유가족을 회유하고 협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감시하며 협박하는 그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전두환이 광주에 오는 날에는 경찰들이 총출동해 유가족을 감시하고 가두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그것도 힘들 때는 유가족들을 배에 태워 알지도 못하는 곳에 보내버리는 일도 해왔다는 물빼기 작전의 최종 목표는 5.18 유족회 해체였다. 

비둘기 시행 계획은 망월동 묘지를 이장하는 것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1984년 교황 바오로 2세 방문을 앞두고 망월동을 없애버리기 위해 유가족들을 회유하던 작전이었다. 유가족들을 다양하게 분류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이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유가족끼리 싸우도록 유도한 이들은 악랄했다. 

전남지역개발협의회라는 관변단체를 만들어 묘지 이장을 적극 추진했던 이들로 인해 일부 무덤이 옮겨지기는 했지만, 대다수 유족들은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하에서도 맞서 싸웠다. 3S(Sport, Screen, Sex)정책으로 국민 우민화에 앞장섰던 전두환은 한동안 5월 18일에는 광주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잔혹한 충성 제1부 - 비둘기와 물빼기’ 편

505 보안부대가 이 모든 작전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중령이라는 자가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이뤄진 인터뷰에서 서 중령이 내뱉는 발언은 궤변의 연속이다. 폭도는 때려 죽여도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전쟁에서 상대를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 

정부에서 지시했으니 '정의'라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에서 이들이 얼마나 악랄한 자들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군부정권 시절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는 505 보안부대. 대부분의 보안부대원들은 1980년 5월 광주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기억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부마 민주화운동으로 촉발된 민주주의에 대한 외침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민들의 도륙으로 끝났다. 전두환에게 광주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었다.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을 향해 군인들은 총을 쏘고 찌르고 군화발로 짓밟으며 탄압했다. 실내체육관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자들을 모아 놓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었던 전두환. 그리고 그 무리들은 여전히 권력의 한 축으로 남겨져 있다. 여전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자들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38년은 더욱 무겁고 아프게 다가올 뿐이다.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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