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1일 국회는 현역의원의 사직서 처리는 국회의장 직권상정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의원들의 사직서는 본회의 성원을 충족시키면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뤄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현역의원들의 사직서 처리 여부가 국회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현역 의원들의 사직원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6월 13일 사직 의원들의 선거구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못하게 돼 초유의 국회의원 공백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오른쪽)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지난 9일 정세균 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급적 여야간 합의를 통해 본회의를 열어오던 관행은 존중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4개 지역의 의원 사직서의 경우에는 5월 14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공백사태가 내년 4월까지 지속돼 지역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되는 매우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의장으로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고민 중에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복수의 언론은 정세균 의장이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봤고, 야당은 반대의 고삐를 당겼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직권상정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런 상황이 오면 야당으로서 국회 정상화와 특검 관철을 위해 더 극단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여당은 찬성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추미애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의원 사직서 처리에 대해 극단적인 투쟁을 운운하며 방해하는 건 보궐선거를 무산시킴으로써 국민의 참정권을 방해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호평했다.

직권상정의 가능 여부를 두고도 논쟁이 오갔다. 직권상정은 국회법 제85조에 따라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그러나 현역의원 사직서 처리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는 "의원 사직서 처리와 관련 기자분들의 문의가 많고,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의원 사직서 처리의 법적 기준과 절차를 알려드린다"며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국회에 따르면 의원사직서 처리 절차는 의원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이 이를 결재하고 본회의 계류 상태로 넘어간다. 이후 의장이 회기 의사일정을 작성하고 작성된 시기에 본회를 열어 이를 처리한다. 의사일정은 국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의장이 결정하게 돼있다.

따라서 '본회의 계류' 상태이므로 의장이 국회법 제76조에 따라 의사일정 작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국회의 설명이다. 직권상정의 경우에는 '위원회 계류' 상태인 안건에 대해 심사기간을 지정하고 본회의로 부의하는 절차로, 이 사안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따라서 정세균 의장이 의사일정을 작성하고, 본회의 성원이 맞을 경우 현역의원 사직서는 절차에 따라 처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는 재적 의원의 과반이 출석하면 개최할 수 있다. 현재 재적 의원은 총 292명으로, 민주당 121명, 자유한국당 114명, 바른미래당 30명, 민주평화당 14명, 정의당 6명, 대한애국당 1명, 민중당 1명, 무소속 5명이다. 본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147명 의원의 출석이 필요하다.

정당으로만 따졌을 때 범진보로 분류되는 의원의 수는 145명(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무소속 3명)이다. 여기에 사실상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명을 더하면 148명으로 본회의 개최가 가능한 성원을 충족한다. 현역의원 사직서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초유의 국회의원 공백, 시민 참정권 침해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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