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워마드발 홍대 누드 크로키 모델 몰카 유출 사건으로 인터넷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출의 진원지가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사이트 워마드이고, 이곳에 유출 사진을 희화화 한 그림 등의 2차 가해 게시물들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사진 유출 범인이 잡힌 이후에도 워마드를 성토하고, 페미니즘인지 아닌지 갑론을박하는 여론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실제 성범죄까지 일으키며 여성을 옹호한다는 집단, 워마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워마드 메인 화면

워마드는 페미니즘 사이트인가?

워마드는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게이 비하와 강제 아웃팅에 관한 입장차로 갈라져 나온 사이트다. 워마드는 이후 게이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최근에는 기혼 여성까지 ‘순수한 여성’이 아닌 집단에 대한 적극적인 혐오를 드러냈다. 워마드는 이렇게 자신들이 ‘챙길’ 집단을 하나둘 제거하며 색깔을 뚜렷이 했고, 이를 바탕으로 결집한 ‘분노’로 네이버 댓글창이나 다른 커뮤니티에서 공격할 ‘화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결과 중간중간 사이트 폐쇄 및 운영진 교체에도 불과하고 2년 사이에 대중에게 뚜렷이 각인된 단체가 되었다. 사실상 현재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성별 관련 이슈를 터뜨리는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자리잡은 상태다.

그래서 워마드는 페미니즘 사이트인가?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이들 역시 ‘기독교’라고 부른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종교가 본래 사랑과 평화의 정수를 추구하는 집단이지만 배타성을 띠거나 교조주의에 빠지면 변질되기도 하는 것처럼, 워마드는 성 평등을 추구하는 페미니즘의 극단적 형태다. 하지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곧 기독교라고 볼 수 없듯, 워마드를 페미니즘 전체와 동일시하는 것은 게으른 인식의 오류다. 오히려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워마드에 치열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홍익대학교(연합뉴스)

가부장제 질서를 옹호하는 워마드

워마드는 사이비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과 겉으로는 같아 보이나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워마드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일삼으며, ‘진짜 여성’ 운운하며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고, 낙태죄 폐지에 대해 ‘남성과 놀아난 여성 문제’라며 반대하는 등 기존 질서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부장제를 보수하는 형태에 가깝다. 무상복지를 지지한다고 무조건 진보이거나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한다고 무조건 보수가 아니듯, 워마드가 여성을 옹호한다고 해서 곧 페미니즘과 상통한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워마드는 래디컬이 아니다

워마드는 전략으로서의 미러링을 넘어 ‘원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번 누드 크로키 모델 사진 유출에 대한 2차 가해 중 ‘남자가 옷 벗은 게 잘못’이라는 말도 그렇다. ‘성범죄의 원인=누군가 옷 벗은 것’이라는 원본의 논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회에 경각심을 주기보다 분노와 허무함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실패한 페미니즘이다. 원본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태로 퇴행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 퇴행은 우리가 역사를 통해 목도했듯, 폭력의 악순환을 부추긴다.

이런 점에서 워마드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아니다. ‘래디컬(radical)’은 그 어원처럼 사회의 가장 ‘근본적’ 문제를 성차별로 보는 관점이며, 지금 당장 바꿔야 한다는 ‘급진적’ 입장이다. 하지만 워마드는 페미니즘의 문제를 ‘순수한 여성’의 특권을 쟁취하기 위해 혐오와 폭력을 쓰는, 아주 납작한 관점이자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워마드는 오히려 피상적(superficial) 페미니즘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화면

‘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으로 기뻐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결론적으로 ‘홍대 누드 사진 유출’ 진원지인 워마드와 2차 가해에 가담한 이들은 처벌을 달게 받고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페미니즘이나 여성의 이름으로 절대 옹호될 수 없다. 더불어 사이비 페미니즘에 대해 단순 비난이 아닌 정확한 비판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피해자의 피해 복구다. 그 다음 지금까지 만연했던 몰카 범죄에 대한 반성 및 재발 방지에 힘쓰는 것이다. 당장 작은 실천으로 ‘초소형 카메라, 위장 카메라 거래 금지 및 몰카범죄 처벌 강화’ 국민청원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홍대 누드 크로키’ 사건에서 가장 기뻐하는 자들은 누구일까? 일베를 비롯한 남초 커뮤니티에서 ‘홍대 누드 크로키’를 검색해보시라. 페미니즘 공격할 거리를 찾았다 싶어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댓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때다 싶어 여성 혐오나 특정 직업에 대한 편견을 늘어놓거나 심지어 모델에 대해 ‘나였으면 즐겼을 텐데’라며 대상화 할 뿐, 정작 피해자를 염려하거나 몰카 및 성범죄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찾기 어렵다. 이번 사건을 워마드에 대한 일벌백계로만 끝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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