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 현역 의원들이 출마함에 따라 공석이 되는 지역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는 국회 의원직 사직 처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드루킹 특검 요구로 닫혀 있는 상태. 10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단식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고는 기자들에게 해당 사안의 직권상정을 언급해 주목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기자들에게 “특정지역에 국회의원 공백 상태가 지속하는 건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고, 해당 지역 주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의장 권한으로 ‘원 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해 사직서를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0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 등을 요구하며 단식투쟁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즉각 발끈하는 반응이었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상황에서 정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하면 더 극단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반발에 김성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이 드루킹 특검을 위한 것인지, 국회의원 사직서 처리를 막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국회의원 사직서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되어 네 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무산되는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꼼수에도 일부 비난이 있었지만 뚜렷한 역풍이 없었다는 점에서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을 동일시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사직서를 낸 의원들의 지역구에서 주민들의 반발과 비난이 빗발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미 지난 경남도지사 사직서 꼼수를 경험한 언론들이 이번에도 가볍게(?) 이 사안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도지사의 경우 홍준표 전 도지사 개인의 문제겠지만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국회 제1야당이 물리적으로 방해한 것은 전혀 다른 사안이다.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투쟁을 하다 10일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같은 날 오후 퇴원해 국회 앞 농성장에 복귀해 있다. Ⓒ연합뉴스

300개의 의석 중 네 곳이라고 작아 보일지 몰라도 만약 네 곳의 국회의원이 일 년 간 없어도 좋다면 그것은 300명 전부가 없어도 좋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헐벗은 임금님과 다를 바 없다. 또한 국회가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참정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것이다. 입법 쿠데타라고 규정해도 좋을 일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회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만약에 네 곳의 보궐선거 결과가 누군가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게 되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도 그것을 국회가 방해하는 부조리에 눈을 감을 정도로 한국 언론이 망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14일 이전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야당들 특히 자유한국당은 언론들의 집중포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봐야 한다. 거꾸로 이 문제를 언론이 깐깐하게 다루지 않는다면 언론의 자격이 없다고 해야 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홍영표, 노웅래 의원 중 새로운 원내대표가 선출된다. 새로운 원내대표가 꽉 막힌 국회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누가 원내대표를 하더라도 야당들이 국회를 정상화할 의지가 없는 상황이라 뚜렷한 해법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새 원내대표는 첫걸음부터 고난이 예상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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