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내용을 전격 공개했고, 복수의 언론은 한국시간으로 11일 자정 무렵 일제히 소식을 전했다. 11일자 조간신문들도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는 내용을 앞다퉈 전했다. 그러나 11일자 한겨레 지면에는 홀로 평양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유력하다는 '오보'가 실렸다.

11일자 한겨레 1면

11일자 조간신문 1면은 북미 정상회담 이슈로 채워졌다. 조선일보 <6월12일 싱가포르서 美北정상회담>, 중앙일보 <북·미 정상, 내달 12일 싱가포르서 만난다>, 동아일보 <트럼프-김정은, 내달 12일 싱가포르 核담판>, 경향신문 <6월12일 싱가포르서 북·미 정상회담 연다>, 한국일보 <북미회담 내달 12일 싱가포르서> 등의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11일자 한겨레 1면에는 <"평양서 북미 정상회담 유력"> 기사가 게재됐다. 한겨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이 상당히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북미는 정상회담 장소·시기에 대한 추가적 세부 조율을 거친 뒤 다음주 초에 공식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북미 정상회담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은 9일(현지시각) 한겨레에 '싱가포르는 확실히 (정상회담 장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면서 "특히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앞으로 평양으로 가는 미국의 물류가 많아질 것'이라며 평양 개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썼다.

한겨레는 "'평양 개최'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황도 나오고 있다"면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치 1면 전면을 할애해 전날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사실을 8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회담 장소가 북한이 꺼리는 싱가포르라면 이런 적극적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겨레의 북미 정상회담 평양 유력 보도는 오보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를 통해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겨레 기사를 살펴보면 복수의 취재원을 취재해 나름의 판단 근거를 갖고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11일 0시 무렵 한겨레 인터넷판 보도. 한겨레는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진=네이버 캡처)

문제는 이 오보가 11일자 한겨레 지면 1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공지하고, 한국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한 시점은 11일 0시 전후다. 가장 먼저 이 사실을 속보로 보도한 연합뉴스가 10일 오후 11시 40분에 기사를 입력했고, 복수의 언론이 1~2분 간격으로 속보를 전했다. 오보를 낸 한겨레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인용해 11일 0시 <트럼프 "6월12일 싱가포르서 김정은과 정상회담> 인터넷판 기사를 내보냈다.

기존에 지면 배치가 예정됐던 기사를 수정하고 지면을 찍는 시간을 감안해도 한겨레가 충분히 지면에 오보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11일자 한겨레에는 <"평양서 북미 정상회담 유력">이란 보도가 1면에 실렸다.

한겨레는 뒤늦게 해당 오보를 온라인판에서 삭제하고, 지면에서도 수정했다. 그러나 이미 뿌려진 지면에는 해당 기사가 실려있는 상황이다. 한겨레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할지 회의가 진행 중"이라면서 "오전 중에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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