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9일 네이버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점화된 포털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아웃링크 도입에 대해 언론사 개별 의견을 청취해 결정하겠다는 부분에 대해 대형 언론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네이버에 인링크 뉴스를 제공하고 있는 70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아웃링크 도입 설문에서는 단 1개의 언론사만이 아웃링크 도입에 찬성했다는 소식이다.

▲10일자 조선일보 사설.

10일자 조선일보는 <네이버 '인링크' 놔두면 '뉴스 장사' 계속하겠다는 것>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여전히 많은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는 모든 기사를 '아웃링크'로 일괄 전환하지 않고 개별 언론사가 원할 경우 지금처럼 '인링크' 방식을 유지하겠다고 한다"면서 "언론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많은 '언론사'가 힘을 갖고 기업을 협박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네이버를 이용한 것이다.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이 언론사들이 아니라 네이버"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엉터리 언론사들과 네이버를 연결하는 방식이 바로 '인링크'"라면서 "이 '인링크'를 그대로 두면 네이버의 유사 언론 행위와 사이비 언론의 갑질이 없어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제화를 통해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가 일부 발을 뺀 뉴스 장사에 다른 포털이 새롭게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면서 "2위 포털인 다음은 아직 뉴스 서비스 개편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제2, 제3의 뉴스 장사꾼과 인터넷 여론 조작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면서 "왜곡, 조작으로 엉망이 된 공론장을 정상화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실질적으로 언론행위를 하면 예외 없이 언론으로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뉴스를 제작한 언론사에만 책임을 물리는 현행 법을 개정해 뉴스 유통업자에게도 언론과 똑같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면서 "포털에도 언론처럼 오보나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물린다면 남의 뉴스로 쉽게 돈벌이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미봉책'이라고 혹평했다. 중앙일보는 <또 눈 가리고 아웅식 미봉책 내놓은 네이버> 사설에서 "표면상으로는 개별 미디어와 정치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파격적인 개선안처럼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문구 뒤엔 개별 언론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의도가 비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역시 <첫 화면만 뉴스 빼겠다는 네이버의 '눈 가리고 아웅'> 사설에서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그간 기사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해법으로 꼽았다"면서 "그런데도 네이버는 원하는 매체에 한해 추진하겠다며 아웃링크 전면 도입을 사실상 거부했다. 네이버의 플랫폼 영향력이 막대한 상황에서 개별 언론사에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아웃링크제 무력화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1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도 <네이버의 '무늬만 아웃링크'로 문제 해결 안된다> 사설에서 "이번 개선책은 외견상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된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는 곳곳에 복선이 깔려 있어 효과가 의심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네이버가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미봉책만 계속 내놓는 것은 뉴스를 통한 돈벌이를 계속하겠다는 오기일 뿐"이라면서 "네이버가 뉴스장사와 댓글장사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담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꼼수만 부리는 것은 더 이상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뜻일 게다. 국회는 하루빨리 네이버가 갖고 있는 미디어의 권력분산 방안을 논의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처럼 대형 언론들은 아웃링크 도입에 대해 네이버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국회를 향해 법제화를 촉구하기도 하고, 네이버 대책의 문제점을 일일이 분석하는 등 방식도 다양했다. 특히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대형 언론의 문제제기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초기부터 일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대형 언론들의 주장대로 네이버가 내놓은 대책이 언론사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면피용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건 사실이다. 아웃링크 도입은 언론계의 오래된 논제이기도 하며, 실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네이버가 개별 언론사에 인링크, 아웃링크 여부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것은 언론사들이 아웃링크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발생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딱 잘라 아웃링크를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적 문제를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다. 당장 포털을 이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한국 뉴스 수용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언론사 홈페이지에 존재하는 무분별한 광고, 음란성 게시물로 인해 뉴스 수용자들이 불편을 겪게 될 가능성도 높다. 이념 편향적인 기사로 정파적 뉴스의 편중현상이 심화되면서 특정 언론사가 가진 이념적 편향성에 매몰된 독자들의 방문만 유도하면서, 뉴스 소비가 파편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당장의 현실적 문제로 접근해보면 언론사 수익의 문제도 있다. 인링크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뉴스콘텐츠 제휴 언론사 중 재정구조가 열악한 언론사들은 네이버로부터 제공되는 전재료가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기존의 아웃링크를 도입하고 있는 매체들의 경우에도 지금까지 네이버 인링크를 통해 인위적으로 명성을 쌓아온 다른 언론사에 밀려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대형 언론들에게만 독자들이 집중되는 언론 생태계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단 얘기다.

언론사들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네이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잘 나타난다. 네이버는 지난달 26일 콘텐츠 제휴 매체 70개 언론사 앞으로 구글 방식의 아웃링크 도입에 참여할지, 현행 인링크를 유지할지 2일까지 입장을 밝혀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네이버가 보낸 설문에 70% 정도의 언론사가 네이버에 회신을 했는데, 이 가운데 아웃링크 도입을 원하는 매체는 단 1개 매체에 불과했다. 절반은 의견을 유보했고, 나머지는 인링크 유지를 원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조중동 등 대형 매체들이 포함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원사들이 무대응 방침을 세우고 설문에 응하지 않으면서 아웃링크 도입 찬성 매체가 적어졌을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언론들이 주도하는 아웃링크 도입 주장에 중소언론사들이 무조건적인 찬성표를 던질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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