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중소언론사를 향해 "검증 안 된 군소 매체"가 어뷰징을 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제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과 폭행 등을 조롱하는 기사와 댓글이 모이는 어뷰징 창구에서라는 이유다. 그러나 군소 매체가 아닌 대형 매체들도 어뷰징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오히려 대형 매체에서 어뷰징이 성행하고 있다는 논문도 존재한다. 김 원내대표 폭행 사건의 사례만 갖고 분석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 도입 등을 주장하며 단식을 진행한지 7일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30대 시민이 김 원내대표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포털 댓글에 게재된 비난 댓글을 모아 보도하며 어뷰징을 하기도 했다. 사실관계가 다른 보도를 이어나간 언론사도 있었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가짜뉴스 신고센터는 가짜뉴스 30건을 선정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각각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자유한국당은 "검증이 안 된 군소언론사가 만들어낸 편파·가짜 뉴스를 네이버가 메인 화면에 배치하면 악성 댓글이 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9일자 조선일보 12면 기사.

9일자 조선일보는 12면에 <"네이버, 김성태 조롱뉴스 집중 배치하고 악플도 방치"> 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상세히 다뤘다. 허위사실이 보도된 후 김 원내대표에 대한 단식과 무관한 과거 발언이 인용되고, 네이버가 뉴스를 편향 배치하고 댓글관리를 부실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기사의 출처가 마치 검증 안 된 군소 매체의 책임인양 몰아갔다.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러한 보도가 나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군소 인터넷 매체에서 어뷰징이 발생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쟁점을 본질인 오보나 조롱과 같은 잘못된 보도가 아닌 '검증 안 된 군소매체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검증됐다'고 생각하는 대형 매체들도 허위사실 유포와 어뷰징에 일조해왔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지적한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 관련 가짜뉴스. 10대 일간지 중 하나인 국민일보의 기사다. (사진=자유한국당 페이스북)

자유한국당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이 발표한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 관련 문제 있는 보도에는 군소 매체가 아닌 대형 매체들이 포함돼있다. 당장 박 의원이 가짜뉴스로 꼽은 첫 번째 뉴스가 국민일보의 <맞은 턱 부여잡은 김성태…단식 중단> 기사다. 자극적 댓글을 보도화했다고 박 의원이 집어낸 기사 중 하나 역시 헤럴드경제의 기사였다.

과거 대형 매체들의 어뷰징 사례를 살펴보면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의 부적절한 보도의 책임을 군소 매체와 포털에게 묻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필리핀 보라카이 섬이 환경정화를 위해 6개월 간 폐쇄를 결정했을 당시 어뷰징을 주도한 매체들은 대형 매체들이었다. 당시 MBN, 전자신문, 머니투데이 계열사인 더리더 등이 연예인 이름을 언급하며 어뷰징에 나섰다.(관련기사 ▶ 언론이 보라카이 폐쇄 사건을 다루는 방법)

지난달 25일 배우 김사랑 씨가 이탈리아 여행 중 추락사고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대형 언론들은 김 씨의 각선미를 걱정하기 바빴다. 김 씨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 매일경제, MBN,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전자신문 등 유력매체가 어뷰징에 몰두했다.(관련기사 ▶ 매경, '배우 김사랑 추락사고'에 각선미 걱정)

▲지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조선일보 인터넷판 기사 제목.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자유한국당의 '검증 안 된 군소언론' 발언을 자세히 보도한 조선일보 역시 어뷰징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게이트로 관련자들의 구속 여부가 이슈가 되던 시점에 판사 신상털이에 대한 비판적 사설을 게재하면서도, 판사 신상털이에 동참하는 어뷰징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관련기사 ▶ 조선일보의 오락가락 어뷰징, 조윤선 기각에 판사 신상털이?)

제목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수 차례 넣어 포털 검색어에 쉽게 걸리는 신종 어뷰징 수법을 사용했던 언론사 역시 조선일보다.(관련기사 ▶ 포털, 뉴스평가위 출범에도…'어뷰징' 여전히 성행) 이 밖에도 대형 매체들이 어뷰징에 적극 가담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 2015년 4월 한국방송학회가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논문에서는 대형 매체들이 어뷰징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뷰징 횟수 상위에 랭크된 회사들은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아시아경제, 머니투데이, 동아닷컴, 서울신문의 자회사 순이었다.

▲지난 2월 미디어스가 입수한 실검 조작 견적서. ⓒ미디어스

지난 2월 미디어스는 포털 실검 조작에 대해 보도할 당시 언론사가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사례도 목격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언론보도 '견적서'에는 어느 언론에서 얼마의 돈을 주면 기사를 내주는 지 구체적으로 적혀있었다. 보도 당시 견적서에 등장한 언론사의 이름을 모두 익명처리했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대 보수신문을 비롯해 매일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등 대형 매체가 포함돼 있다.(관련기사 ▶ 실검 조작에 필요한 것은 "언론 보도")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사결과에 따르면 결국 조중동을 비롯한 기존 대형 언론사들이 어뷰징을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면서 "군소 매체가 어뷰징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군소 매체에 전가하는 것은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사안을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걸 그대로 받아 쓴 대형 매체도 문제"라면서 "자유한국당이 본질적으로 가짜뉴스, 어뷰징을 없애기 위해 싸우려는 건지 기존 언론의 비호를 받으면서 군소 매체를 죽이려는 건지 의도가 불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 문제는 김성태 원내대표 폭행 사건이란 특정 기사에 대해 분석하면 공정한 분석이 될 수 없다"면서 "하나의 사안만 가지고 가짜뉴스, 어뷰징 문제를 제기할 게 아니라 전체 어뷰징 양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다뤄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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