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20년 넘게 기자로 일하다 PD로 보직이 변경된 후 과로 및 스트레스로 숨진 방송사 직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박양준)는 기자에서 라디오 PD로 전보된 뒤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한 방송사 직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1990년 한 방송사에 입사한 A씨는 1994년부터 보도국 기자로 일하다 2013년 라디오 PD로 보직이 변경됐다. 사전교육 없이 생방송 등 PD 업무에 투입된 A씨는 여러 차례 방송 사고를 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이후 A씨는 2014년 말에 출·퇴근 시간대 생방송을 각각 맡게 됐고, 2015년 개편을 맞아 신설 프로그램 기획 업무까지 하게 됐다. 출·퇴근 시간 생방송 프로그램 2개를 PD 한 명이 맡는 일은 이례적이다. 보직변경에 따른 사전 교육도 없이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해야 했던 A씨는 2015년 2월 사무실에 쓰러져 돌연 사망했다.

재판부는 "PD업무는 A씨가 오래 전 경험한 것이거나 부수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을 뿐"이라며 "전보 당시 54세로 나이가 많았던 A씨는 최신 장비 조작에도 미숙해 업무 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 미숙으로 인한 잦은 실수와 낮은 인사고과는 물론 A씨의 직속상관이 학교 후배인 점 등은 그에게 만성적인 어려움과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생방송 등으로 인한 초과근무와 개편을 위한 신설 프로그램 기획·제작 등으로 약 2개월에 걸쳐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A씨의 기존 질병인 고지혈증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고 판시했다.

A씨의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의 청구신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유족은 이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법원으로부터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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