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연휴 동안 갑자기 괴한이 등장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불의의 습격을 당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수액 조치를 거부하며 단식 강행을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4시간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겠다고도 했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을 문제 삼던 내부 기류가 다소 잠잠해지는 듯 했다.

그러나 비분강개의 분위기도 잠시,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 투쟁에는 별로 힘이 실리는 것 같지 않다. 여론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단식을 강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소폭 하락했다. 지지층이 결집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와해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직접 여당에 명분을 주라는 조언을 하고,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페이스북에 국회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쓰고, 강길부 의원이 탈당을 하는 일련의 상황에는 이런 실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은 8일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7일 “8일 오후 2시까지 민주당이 (‘드루킹’ 특검 수용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천막 노숙 단식 투쟁 등 모든 것을 접고 이대로 5월 국회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가 되어도, 또는 안 되어도 단식은 중단이 되는 셈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 지속 여부 보다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고 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 결의안을 수용하는 것으로 하자는 정세균 의장 제안을 전격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로는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 유명무실한 특검을 내세워 국민을 우롱하고 야당을 기만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서 ‘꼼수’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내놓은 ‘패키지 딜’ 제안을 말한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타협안은 특검 수용과 남북정상회담 지지 결의안 의결 및 북미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 비준안 처리, 추경예산 의결, 정부조직법 등 7대법안과 7대 민생법안 등의 처리 등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특검과 관련해서는 24일 추경안과 함께 처리하되 여당이 특별검사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댓글 조작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으로 하자는 내용이다.

‘패키지 딜’을 요구했지만 특히 이런 문제는 협상 없이 일방의 주장이 수용될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반적 내용에 반발하면서도 특검법은 8일에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하고 여당의 비토권을 인정할 수 없으며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의 방송법 개정안 수용을 주장했다고 한다. 협상의 결과물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문제들을 제하고 나면 결국 특검법 처리 일정과 여당의 거부권 문제가 남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천막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먼저 여당의 거부권 문제는 양측의 우려 모두 일리 있는 부분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거부권을 활용해 특검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이 특검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같은 사람들을 특검으로 지명하면 어떻게 막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거부권’의 내용을 명확히 하는 정도로 합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가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을 여당이 되도록 수용한다는 의미임을 정치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꼼수’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특검의 사례를 봐도 100% 야당의 입장대로만 특검이 지명된 바는 없다. 대개 국회가 두 명을 추천하면 그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도 국회가 추천한 두 명 중 한 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했다. 당시에 일각에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박영수 특검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두 번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야의 합의라는 것은 반드시 명문화 된 글자를 갖고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수준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여당이 거부권을 갖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여당이 거부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다른 추천 방식 등을 수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의 문제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어쨌든 어느 날짜에는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특검은 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8일 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최대한 빨리 특검 수사가 시작되도록 하자는 의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일정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는데, 합의를 하자고 하면 또 못할 것도 아니다.

언론은 특검법 처리가 가능한 날짜를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 정상화 시한으로 못 박은 8일, 우원식 원내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10일, 6월 재보선을 위한 국회의원 사직원 처리 시한인 14일 등으로 보고 있다. 결국 여당과 야당들의 줄다리기는 이 날짜 중 특검법을 언제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이뤄지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되면 적어도 14일 전에 국회 정상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해볼 수 있다.

정말 문제는 끝내 합의가 되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 자유한국당의 의지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여의도 정치의 논리로 볼 때 ‘드루킹 특검’은 결국 지방선거용으로 볼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이 특검으로 넘어가고 이런 저런 준비를 거쳐 수사가 막 시작되는 상황에서 선거가 끝나버리면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특검을 안 한 것보다 못한 결과가 될 수 있다. 드루킹 사건을 선거 기간 내내 이슈화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마음인데, 특검 수사가 상식적 선에서 시작되면 국면전환이 이뤄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유한국당 지지층 일부가 기대하는 것은 마치 박영수 특검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저런 수사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며 이런 상황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게 과연 그럴 문제인가는 의문이다. 선거의 영향은 부차적인 것이고 진실 규명 의지가 우선이어야 한다.

진실 규명 의지를 중심에 놓고 보면 어쨌든 특검을 실시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미 보수세력은 경찰과 검찰 수사 모두를 믿을 수 없다는 논리를 세워 놓은 상태다. 이 상황에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특검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이런 이유로 호사가들은 합의가 안 될 가능성 보다는 되는 쪽에 기대를 싣는 분위기다. 그런 기대가 채워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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