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의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이 12일 새벽(한국시각),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 시티에서 열립니다. 세계 최강 축구 국가대표팀을 가리는 경기인 만큼 전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 속에서 경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모두 18번 결승을 치르면서 7개 나라가 우승의 기쁨을 맛봤던 가운데서 과연 네덜란드, 스페인 가운데 어느 팀이 기분 좋게 8번째 우승팀의 쾌거를 이뤄낼 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우승팀을 가리는 경기인 만큼 지금까지 치러진 월드컵 결승전은 거의 대부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들로 줄을 이었습니다. 경기 기록만큼이나 흥미로운 뒷이야기, 또 뜨거운 자존심 대결도 끊이지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역대 월드컵에서 어떤 재미있는 승부들이 펼쳐졌고,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2006년 월드컵 우승팀 이탈리아 ⓒ연합뉴스
역대 가장 치열했던 결승전을 꼽는다면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맞붙었던 서독과 헝가리의 경기를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헝가리를 상대한 서독은 조별 예선에서 3-8로 대패해 자국민들조차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얻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전반 10분동안 2골을 내주면서 완패가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이후 예상을 뒤엎고 대등한 경기를 펼친 끝에 2-2 균형을 맞췄고, 후반 39분 헬무트 란의 결승골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두면서 사상 첫 우승의 영예를 안는 서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독일에서는 '베른의 기적'이라 부르면서 당시 우승의 영광을 지금도 많이들 기억하려 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와 서독이 맞붙었던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결승전 승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으로 맞붙었던 잉글랜드와 서독은 치열한 공방을 벌인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연장전으로 끌고 갔습니다. 여기서 제프 허스트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래로 떨어진 것을 골로 인정하면서 3-2로 잉글랜드가 앞서 나갔고, 허스트가 또 추가골을 넣어 4-2로 벌어지면서 잉글랜드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경기는 아주 흥미진진했지만 허스트의 결승골이 골이냐, 아니냐를 놓고 지금도 논란이 일고 있고,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독일의 16강전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서 또 한 번 이 장면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밖에도 한 골차 승부가 났던 1974년 서독월드컵의 서독-네덜란드(서독 2-1 승리), 1986년 멕시코월드컵의 아르헨티나-서독(아르헨티나 3-2 승리)도 꽤 흥미진진했던 명승부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서독 우승에는 게르트 뮐러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그리고 아르헨티나 우승에는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스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승부차기까지 벌이면서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적은 단 두 번 있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 결승에서 만난 브라질과 이탈리아는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로 승부를 가려 이탈리아 스타 로베르토 바지오의 어이없는 실축으로 브라질의 24년 만의 우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쉽게 우승에 실패한 이탈리아는 12년 뒤 프랑스와 가진 승부차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역시 2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가장 완벽한 우승을 일궈낸 팀은 바로 브라질입니다.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서 홈팀 스웨덴을 5-2로 꺾은데 이어 1970년에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4-1 승리를 거두면서 예선부터 토너먼트까지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첫 팀이 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경기에 걸쳐 펠레가 골을 기록했다는 것인데요. 펠레의 발끝에 브라질은 우승의 한을 제대로 풀어내면서 '축구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밝히는데 성공했습니다.

명승부가 벌어지는 결승전만큼이나 독특한 에피소드들도 존재했습니다. 특히 경기에 패한 팀에 대한 후유증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1950년 브라질월드컵에서 20만명의 홈관중이 운집한 가운데서 가진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했던 브라질은 그 충격 여파로 경기장 내에서 졸도해 숨진 사람이 잇따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 1998년에는 프랑스에 0-3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감독과 주축 선수들이 청문회를 갖기도 하는 등 유독 브라질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006년에는 경기중 '자그마한 일'이 훗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큰 일로 번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지네딘 지단이 연장 후반 5분,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를 머리로 들이 받아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마테라치의 자극적인 언행에 지단이 화를 참지 못하고 머리를 들이받았고 이를 본 심판은 곧바로 퇴장 레드 카드를 꺼내고 말았습니다. 마테라치가 어떤 말을 했는지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단은 씁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습니다.

1930년 초대 월드컵 우승팀인 우루과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독일,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이 영광스럽게 빛나는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요. 80년 역사가 흐르고 새로운 챔피언을 맞이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과연 어떤 명승부가 펼쳐지면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