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사자, 아마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구단을 꼽을 때 한번쯤 고민해볼만한 2개의 구단이다.
원년에서부터 프로야구를 지키던, 4개의 팀이름, 호랑이와 사자 그리고 곰과 거인. 이들 가운데 특히 "사자"와 "호랑이"는 프로야구 초창기의 라이벌이었다.

뭔가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사자"는 늘 "호랑이"에게 내준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걸 차지하기까지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는 거.

이들의 묘하고, 깊은 악연은 프로야구 최악의 난동사건으로 기록된 한국시리즈의 조금은 부끄러운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대구폭동"으로 불리는 사건은 바로 1986년 10월 22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발생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삼성이 해태에 5-6으로 역전패를 한 것에 대해. 몇몇 관중들이 해태 구단버스에 불을 지른 사건이라 할 수 있겠지만...
1차전 광주경기에서 삼성 투수 진동한이 술 취한 관중에게 소주병으로 머리를 맞은 데 대한 보복성 방화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는 거.

이 사건이 갑작스럽게 떠오른 건... 이 두 팀에게 여러 가지가 교차하는 시기였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연승으로 분위기를 한껏 살리던 삼성은 결국 12연승까지가 끝, SK를 상대로 또 한번의 승리와 함께 13연승을 기록하겠다는 목표는 김광현 앞에서 무너졌다.

연승을 이어가던 팀이 패배를 기록하면 연패에 빠진다는 점에서 상승세의 삼성에게 1패는 단순한 한 경기 패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자들의 이야기는 어찌 보면 그저 가벼운 농담과도 같은 수준이다. 최소한 새로운 호랑이, KIA와 비교할 때는 말이다.
잠실에서 펼쳐진 두산과의 경기에서 또다시 패하며, 2000년대 최다연패 타이기록이라는 16연패를 기록했다는 거.
선수들만큼이나 가슴이 아프면서 또 성난 팬들은 구단 버스를 스스로 막아서고 항의를 하고, 이에 대해 성난 팬들을 향해 조범현 감독은 직접 사과를 했단다.

보통 구단 버스가 기사에 언급되는 건 대부분 좋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
특히나 야구에서 언급된 첫 번째 대형 버스 관련 기사라 할, 대구에서의 해태구단 버스 방화 사건은 경찰이 최루탄까지 쏘며 간신히 해산시켰던 과거...
오늘 잠실구장에서도 KIA 팬들의 분노 때문에 경찰까지 출동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그 심정이 이해도 되는, 연패의 여파.
무엇보다 한국야구의 흥행에 거대한 축이라 할 타이거즈의 부진은 야구 전체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고, KIA의 연패에 대한 팬들과 야구인들의 걱정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격려와 응원이라는 평범하고 진부한 답이 정답이라는 거!
그러기 위해서는 KIA의 연패탈출이 정말 중요하다. 야구의 연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그런 사태까지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부디. 모두의 야구를 위해, 버스사건을 끝으로 KIA의 연패도 끝나길 기대해본다.
뭐 한마디 더한다면.. 그나마 이런 항의의 열정이라도 있다는 점은 어찌 보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팬들의 무기력증이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더한 결과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건 어찌 보면 버스가 가는 길을 못가고, 버스가 전소되는 것보다 더한 그런...

요즘, 야구팬들은 자신의 응원팀 외에 또 다른 관심사가 분명하게 생긴 듯 하다. 그리고 그건 야구 전체에 대한 걱정이리라.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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