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K대학 체육대학 비리 검찰 고발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경기도 K대학교의 한 시간강사(이하 A씨)가 이 대학 체육대학의 논문 대리작성, 훈련비 유용, 박사논문 대필, 금품요구 등의 비리에 대해 대학교수를 포함한 20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K대학교 체육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시간강사로 일하던 A씨가 검찰 고발을 통해 밝힌 내용은 놀라움의 수준을 넘는다. 과연 이런 대학과 교수의 존재가 어떻게 이 시대에도 가능한지 허탈할 뿐이다. 이 대학과 교수의 문제는 언론의 표현대로 ‘총체적’이다.

A씨가 검찰과 언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대학의 H교수는 논문을 스스로 쓰려는 석사과정의 대학원생에게 논문 대리작성을 해주겠다며 300만원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박사과정 진학에 뜻이 없는 이 학생에게 박사과정 입학을 강요해 합격의 대가로 250만원을 요구하는 몰염치를 보였다. 또 그는 박사과정생에게 지시해 올해 소속선수 성추행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는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의 박명수 전 감독의 박사학위 논문을 대필하게 했다. 전 국가대표 탁구 감독의 박사학위도 같은 대필 의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대학의 문제가 총체적인 이유는 현역 여자프로농구선수가 전과목을 이수하지 못했는데도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들의 학점 조작 가담이 의심되는 점, 그리고 2003-2004년 전국체육대회 출전비로 경기도 체육회에서 지급된 훈련비 가운데 수억 원이 당시 모 유력 인사가 출마한 모 스포츠연맹의 선거자금으로 유입된 정황 등 거의 대학 비리의 ‘종합백화점’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발 대상도 교수 9명, 운동부 감독 2명, 대학원생 및 졸업생 4명, 전 국가대표 탁구감독, 전 여자프로농구 감독, 현 여자프로농구선수, 모 스포츠연맹 총재, 경기도 체육회 간부 각 1명씩 모두 20명에 이르는 것이다.

굳이 전공을 따지지 않더라도 대학원 입학과 석사, 박사 졸업심사 과정에서 수백만원의 금품이 오간다는 이야기가 있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교수가 학생에게 석사논문심사와 박사과정입학을 빌미로 수차에 걸쳐 직접 금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관행의 수준을 넘어선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이 대학은 올 초에도 비슷한 사안으로 교육부가 진상조사에 나서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던 문제 학교다.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그에 따라 관련 인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작으로 대학가에 만연한 학위심사를 빙자한 금품수수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대학과 교수들이 자신의 사회적 연결망을 넓히기 위해 유력 사회인사를 대학원에 입학시키고, 출석도 하지 않는 이들에게 학점을 주고 다른 대학원생에게 논문대필을 강요해 가며 학위를 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파악에 나서야 한다. 사회적 기반을 넓히기 위해 학위를 주고받는 것은 사실상의 불법 상거래행위이자 비리이며, 또한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행위이다. 문제는 이렇게 부정한 방식으로 학위를 받은 무자격자들이 나중에 대학교수로 임용된다는 점인데, 결국 이는 똑같은 문제를 반복, 재생산하게 되고 이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철저한 진상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고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체육회가 이제까지 투명행정을 외쳐 온 것이 허구였음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 것이다. 지금도 대한체육회 소관 하에 있는 많은 조직과 단체에서 훈련비 등의 예산을 제멋대로 집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조사가 있겠지만 K대의 훈련비의 횡령 또는 전용이 사실이라면 관련자를 징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실적이고도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고발한 A씨는, K대 학부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시간강사로 알려졌다. A씨는 이번 고발로 K대에서의 박사학위 취득이 불가능해질 것을 알면서도, K대 체육대학과 체육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자 나선 체육계 역사상 최초의 내부고발자이다. “후배들에게 피해가 되돌아가는 것을 지켜 볼 수 없어” 검찰 고발을 결심했다는 그가 중도에 포기하고 주저앉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그를 보호하고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천태만상의 비리가 만연한 대학과 체육계가 투명하게 거듭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검찰의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와 함께 교육부와 대한체육회의 내부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07년 12월 25일(화)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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