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두산을 상대로 잠실야구장 한 팀, 한 경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16:6으로 대승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어제 대역전승의 분위기를 이어간 타선 폭발에 힘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롱 릴리프 이범준의 힘도 컸습니다.

어제 역전승의 영웅은 대타 3점 홈런과 쐐기 2루타의 작은 이병규이지만, 4회초 3실점 이후 5회초부터 7회초까지 무실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심수창의 수훈도 컸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양 팀 선발이 조기에 무너지면서 난타전으로 흘러가는 듯싶었지만, 2군에서 올라온 이범준이 4이닝 1피안타 2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를 따낸 것이 컸습니다. 이범준은 올 시즌 유일한 1군 등판이었던 5월 12일 청주 한화전에 선발로 나와 4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는데, 약점인 제구를 가다듬지 못한 채, 장점인 구속도 떨어지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직구 구속도 140km 중반이 형성되었고 변화구 제구도 안정적인,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 선발 박명환을 구원해 나온 이범준이 4이닝 2실점 기록으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LG트윈스
만일 이범준마저 난타당했다면, LG는 피로가 누적된 계투진을 투입하면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LG보다 두산의 불펜진이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LG는 선발 투수가 무너진 후 등판해 3이닝을 2실점 정도로 막아줄 롱 릴리프가 없어 필승 계투진의 투수 여러 명이 매일 같이 짧은 이닝을 나눠 맡으며 과부하가 걸렸는데, 심수창과 이범준의 가세로 투수진의 부담을 덜었습니다. 오늘 퓨처스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강철민까지 가세한다면, 가장 큰 약점인 투수진 보강이 가시화될 것입니다.

LG는 6개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가장 결정적인 홈런은 3회말 김태완의 솔로 홈런이었습니다. 3회초 오지환의 실책과 박명환의 난조가 겹쳐 6:1이 6:4가 되며 두산의 추격이 가속화된 시점에서, 3회말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카운트 2-0에서 9번 타자가 터뜨린 홈런이라는 점에서 두산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만일 김태완이 범타로 물러나며 삼자범퇴 무득점으로 3회말이 종료되었다면, 두산이 4회초 역전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김태완은 3경기 연속 홈런인데, 데뷔 첫 멀티 홈런을 터뜨린 오지환과 함께 하위 타선이 ‘쉬어가는 타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켰습니다.

비록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작은 이병규의 활약은 오늘도 이어졌습니다. 작은 이병규는 1회말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넷을 얻어 정성훈의 동점타까지 연결시켰고, 2회말에는 2사 3루에서 다시 볼넷을 얻어 이진영의 3점 홈런으로 연결시키며 두 번 모두 모두 득점했습니다. LG 타자들의 성향이 전반적으로 소위 ‘덤비는’ 기질이 강해 상대 투수의 공을 오래 보지 않고 빠른 카운트에서 성급하게 승부하는 경향이 강한데, 작은 이병규는 상대 투수의 공을 오래 보며 출루를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홈런과 2루타로 타격감이 절정에 올라왔으니, 오늘 경기에서도 안타나 홈런을 치고 싶은 욕심이 강했을 텐데 (3점 홈런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조인성은 홈런을 치고 싶은 강한 욕심을 드러내며 2개의 헛스윙 삼진을 당했습니다.) 침착한 모습을 보면 기존의 LG의 타자 유망주들과는 차별화됩니다.

내일 선발은 에이스 봉중근인데, 화요일 한화전에서 127개의 투구수를 기록하고 4일 휴식 후 등판인데다,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다소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타선이 활화산처럼 폭발한 후 다음 경기에서는 침묵한다는 야구의 속설을 어떻게 타파하느냐도 관건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3경기에서 필승 계투진을 온존시켰기에 내일 경기에서는 월요일 휴식을 앞두고 집중 투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종욱이 내일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두산 타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종욱이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그 어떤 프로야구 선수도 부상을 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LG 타선은 1회말부터 4회말까지의 8득점을 모두 2사 후에 기록했는데, 이와 같은 집중력이 내일 에이스의 등판일에 필요합니다. 오늘 득점의 절반만 올려도 LG는 시즌 첫 스윕을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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