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MBC와 경남MBC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난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번 타깃은 MBC와 리얼미터의 ARS조사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여론조사 방식에 따른 차이를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지도부. (연합뉴스)

4일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과 선거왜곡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는 서울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경남지사 지지율 여론조사와 경남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같은 내용의 조사다.

지난 3일 서울MBC는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경남조사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38.7%,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27.9%, 바른미래당 김유근 후보 1.5%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날 발표된 경남MBC의 여론조사 결과는 서울MBC 여론조사와 다소 큰 차이를 나타냈다. 경남M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김경수 후보가 58.3%, 김태호 후보가 28.8%, 김유근 후보가 3.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은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2~23일 실시한 JTBC조사는 김경수 후보 40.4%, 김태호 후보 33.6%였으며, 리얼미터가 4월 24~25일 진행한 경남MBC의 조사에서는 김경수 후보 49.6%, 김태호 후보 36.8%로 지지율 격차가 12.8%p였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4월 실시된 여론조사와 같은 날 발표된 두 여론조사 결과가 이처럼 크게 차이난 것에 대해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태옥 대변인은 "문제는 MBC경남의 의도성"이라면서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김태호 후보와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 격차를 12.8%p에서 29.5%p로 크게 만들어 경남지역에서 판세왜곡 의혹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주요 언론사에서는 낮은 응답률로 인한 조사결과 왜곡 가능성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 ARS조사를 이용해 계속해서 경남도지사 선거구도를 왜곡하고 있다"면서 "MBC경남과 리얼미터 ARS조사는 추후 엄정한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주장은 조사기법에 따른 특성을 간과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MBC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코리아리서치센터는 전화면접 방식을 사용했고, 경남MBC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리얼미터는 ARS방식을 사용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된 두 여론조사 조사기법을 살펴보면 코리아리서치는 26.2% 유선전화면접, 73.8%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리얼미터는 40% 유선ARS, 60% 무선ARS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ARS 조사의 경우 순간적인 노출 빈도를 포착하는 기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였던 만큼 리얼미터 조사가 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보다 민주당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할 개연성이 높았단 분석이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앞서 자유한국당이 한국갤럽을 비판하던 것과도 배치된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ARS 조사기법을 심판하겠다는 식의 발언까지 했는데, 정례 조사기관들의 결과를 봤을 때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조사는 ARS조사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월에는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한국갤럽을 향해 자당 여론조사 결과가 낮게 나온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홍준표 대표가 직접 나서 한국갤럽을 향해 "이런 류의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가 없다"고 비난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ARS조사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서울MBC와 경남MBC의 경남지사 여론조사 지지율 차이에 대해 "의뢰한 조사기관의 조사기법의 차이 때문"이라면서 "최근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평가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리얼미터가 실시한 ARS가 노출 빈도를 순간 포착하는 기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더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다만 정상회담 분위기가 고조된 시점에 조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일 발표된 서울MBC 경남지사 여론조사는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양일간 경남 거주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6.6%,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5%p다. 같은 날 발표된 경남MBC 경남지사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경남 거주 성인 82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6%,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4%p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경남MBC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지난달 24일부터 25일까지 경남 거주 성인 83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5.8%,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4%p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JTBC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경남 거주 성인 807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RDD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8.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5%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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