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정부는 한미FTA 추진을 위해 저작자 사후 또는 공표 후 50년인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의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하기로 하며 저작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저작권 보호 기간의 연장은 한미FTA가 국회에서 여전히 처리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의 승자독식주의를 강화하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애초 저작권은 ‘저자권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 촉진’이라는 2개의 수단을 통해 문화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저작권법 제1조). 따라서 권리 보호와 저작물 이용 사이의 균형은 저작권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며, 권리 제한을 위한 장치 중 가장 핵심적인 제도가 보호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저자 사후 70년은 지나치게 길고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실상 영구화하는 것으로서 저작권 제도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또한, 국가간 무역관계 측면에서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으로 부당한 추가 로열티 지급이 예상되며 주된 지급 대상은 국내 문화물 보다는 미국, 일본, 유럽 등에 한정돼 국가간 문화적 격차의 심화를 피해갈 수 없는 문제를 가진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일부 저작권자의 경제적 권리는 강화하겠지만 국내 문화산업 환경과 이용자의 권리를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으며 문화산업 더 나아가 문화 환경의 후퇴를 노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가진다. 즉 이번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은 미국 문화물에 대한 저작권료 추가 지급과 국내 문화산업의 독점 강화를 유도하여 문화물 생산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보편적인 생산 환경도, 이용자들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문화적 권리도 보장하지 못하는, 거대 문화산업만을 위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국회의 철저한 검증이나 사회적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한미FTA가 국회 비준동의안 의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저작권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한미FTA 비준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으로 독점 강화를 위해 민주주의를 배반하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문제를 가지는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 계획에 강력한 반대를 입장을 표하며 한미FTA 저지와 정보공유라이선스 등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문화적 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저작권제도의 마련을 위해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

2007년 12월 21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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